경기도 하남 신장동의 어 모(41세.여)는 지난 3월 5일 근처에 살고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칠순이 넘은 두 분을 상대로 사기행각이 벌어진 것.
4일 오전 어 씨의 부모님이 살고계신 5층 다세대 주택으로 ‘도시가스 점검’을 빌미로 남자 한 사람이 들어섰다. 보일러를 살펴 본 남자는 오래된 모델이라 연료비가 많이 나오겠다며 보일러 배관을 교체하면 가스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 씨의 어머니가 망설이자 “노후로 인한 가스누설로 위험할 수 있다”며 쐐기를 박았다.
남자는 얼마간 툭탁거리는가 싶더니 ‘배관 스케일3만원,5구 분배기19만원,자동에어밴드 5만원,여과기 9만원,감압변 9만원,부식방지제 5만원, 배관 끌어올림 10만원 등’이 빽빽이 기재된 청구항목을 들이대며 80만원의 비용을 청구했다.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다고 하자 특별히 5만원을 깍아주겠다며 빨리 은행을 다녀오라고 재촉했다.
얼떨결에 75만원을 지급했다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은 어 씨는 ‘노인들을 상대로 한 계획된 사기행각’이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청구서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해 “도시가스에서 나온 것처럼 속여 마치 제품이 고장인양 거짓말 해 그런 엄청난 금액을 받는 게 말이 되냐”고 따져 묻자 상대는 “도시가스 직원으로 사칭한 적이 없다”고 말을 막았다. 어 씨가 계속 수리비용에 대한 환불을 요구하자 10만원을 돌려주겠다는 뻔뻔한 답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는 “도시가스 직원인양 사칭한 적 없다. 제대로 수리를 받고나서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제품 구입비용보다 높은 수리비용에 대해 지적하자 “책임자가 자리에 없다”며 얼버무렸다.
이에 대해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배관청소나 부식방지 처리를 하면 열효율성을 높여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광고해 과도한 수리비용을 챙기는 이런 업체들이 많다”며 “그나마 제대로 처리나 되면 다행인데 오히려 수리 온도 센서 등에 문제를 일으켜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연료절감에 대해서는 “투자비 대비해 기대효과는 별로 없다”고 조언했다.
이번 경우처럼 한 번에 부품을 대거교체가 필요한 지 묻자 “예방차원에서라면 모르지만 한꺼번에 관련 부품이 고장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그 비용이면 새로 구입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사양의 보일러는 50~70만원 가량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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