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웨딩박람회를 통해 예물구매 가계약을 체결했던 한 예비부부가 업체 측의 변심으로 계약이 무산되는 수모를 겪었다.
업체 직원은 계약 체결 싯점의 도매시세로 금과 다이아몬드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으나 2개월 후 가격이 크게 오르자 '계약무효'를 주장하며 돌변했다.
올해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오 모(30․경기도 성남) 씨는 예식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겸 지난 3월 15일 A업체에서 주관하는 웨딩박람회에 갔다.
이날 박람회에 참가한 예물전문 업체 R사 직원과 상담을 통해 견적을 내고 3월 시세가로 다이아몬드와 금을 구매하는 주문서(가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조로 1만원(회원가입비)을 지불했다.
당시 업체 직원은 처음에는 '다이아 F/ SI1, excellent를 150만원에서 160만원 사이'로 적었다가 오 씨가 정확한 가격명시를 요구하자 154만원을 적었다. 금 가격의 경우 정확한 가격을 알아봐야 봐야 하지만 계약서를 체결한 날의 도매시세를 적용해 한 돈 당 15만원대로 책정해 주겠다고 부연해 적었다.
오 씨는 향후 금 시세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서 효력기한도 정확히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해 5월까지로 받아왔다.
2달이 지난 5월 오 씨는 예비신랑과 함께 예물을 보러 다니던 중 업체 여직원으로부터 '요즘 금 시세가 16만5천원인데 고객님의 경우 이미 15만원으로 견적을 받은 상황이라 다른 분들보다 1만5천원정도 이득을 볼 수 있다. 6월 성수기는 가격이 인상되니 빨리 방문해 둘러보고 가라'는 전화를 받고 방문예약을 했다.
하지만 막상 예물샵을 방문하자 업체 담당자는 '당시 작성한 것은 계약서가 아니므로 물건을 판매할 수 없다. 상담했던 직원은 이미 퇴사했고, 주문서에 적힌 내용은 모르는 사항'이라고 발뺌했다는 것.
오 씨는 "주문서 뒷면 '계약약관'에 대금지급과 계약해지, A/S규정 등 계약서가 갖춰야할 조건을 충족했고 약관 내용에도 '본 계약서 이외의 별도의 이면 내용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금 시세가 올라가니까 업체 측에서 계약서가 무효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업체 측의 횡포를 알리고자 예비신부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업체 측이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R업체 관계자는 "업체 관행상 상담지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고 혼용해서 사용하다보니 오 씨가 계약서로 오해한 것 같다"며 "당시 시세에 대한 견적을 낸 것으로 '순금도매시세 적용'이라고 했을 뿐 15만원대에 드린다고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서 효력 여부에 대해 "만약 계약서라면 계약금과 잔금 등 상세한 내용이 표기되어야 하는데 주문서에는 '회원가입비 1만원'만 낸게 다다. 오 씨가 순금만 70돈 사겠다고 한 것도 말이 안 된다. 이런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막무가내로 나왔다"고 항변했다.
그는 "예물을 구입하지 않으면 회원계약비는 모두 돌려드리기 때문에 오 씨가 피해를 입는 부분은 없다. 그럼에도 카페에 글을 올려 영업에 지장을 주는 등 우리도 손해를 입었다. 도의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 건으로 법적인 대응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 씨는 "문서에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당시 업체 직원은 구두상으로 다이아몬드나 금을 당시 시세가로 주겠다고 분명 약속했다"며 "웨딩시장이 커지면서 업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계약을 했다가 자기들한테 불리하면 말을 바꿔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은데 제도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계약서의 효력 여부는 민사에서 다툴 사안"이라며 "이 건의 경우 금 시세 변동이 생기니까 업체 측이 '계약무효'를 주장하면서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당시 계약조건과 약관 내용, 세부적인 계약 내용, 업체 담당자가 구두로 약속한 내용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