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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범, 조강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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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범, 조강현 배우
뮤지컬 ‘쓰릴미’의 두 배우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6.0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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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존재한다. 사랑에 관한 정의는 다 옳다. 하지만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것 또한 사랑이다. 동성애와 유괴, 살인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내세운 뮤지컬 ‘쓰릴미’는 결국 등장인물인 ‘나’와 ‘그’의 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신촌의 조용한 카페에서 만난 두 주인공 김재범과 조강현은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연기를 하다보면 그들의 마음이 느껴져 절절하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뮤지컬 ‘쓰릴미’는 2007년 초연 이후 객석 점유율 90%, 특히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공연 중이다.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 피아노 한 대로 음악을 이끌어 가는 이 작품은 어떤 무대보다 깊고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작품에 임하는 소감 역시 남다를 듯하다.


김재범 “저는 초연 때 이 작품을 봤거든요. 제 친구가 나와 가지고요. 최재웅이라고 진정한 친굽니다. 그 친구가 나와서 보게 됐는데 처음 봤을 땐 그냥 친구를 봤어요. 친구가 나오니까. 두 번째 봤을 때 작품이 되게 매력 있게 다가왔어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야 하게 됐어요. 영광입니다.”
조강현 “저는 재범이형이랑 다르게 작품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본 적은 없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하는 작품인데 그동안 학교에서 배웠던 걸 많이 도입해보고 싶었고 욕심도 많이 났어요. 뮤지컬치고는 연기를 위주로 하는 작품이라 저한테는 뜻 깊고 좋았던 것 같아요. 형이 워낙 잘하시니까(돈 받은 거 아니라며) 좋은 영향을 받고 있어요.”


배우 김재범과 조강현의 무대는 유독 군더더기 없는 단정함과 절제된 감정이 돋보인다. ‘나’와 ‘그’라는 인물에 어떤 수식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실체에 한걸음 다가갈 뿐이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그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김재범 “제가 맡은 네이슨이라는 역할은 실존 인물이에요. 무대로 옮겨지면서 좀더 극적으로 바뀐 부분이 있겠죠. 다른 것 보다 부잣집 아이라는 것과 머리가 굉장히 똑똑하다는 것과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다는 점, 그를 많이 사랑한다는 점을, 저는 그를 많이 사랑합니다, 그걸 중점적으로 두고 연습에 임했습니다.”
조강현 “저는 애초에 리차드는 남자답거나 마초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생각했던 것은 ‘그’가 누구보다 연약한 인물이라는 거예요. 오히려 네이슨보다 치밀하게 계산하는 부분이 있고 그 속에서 연약함이 드러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 치명적인 사랑, 진한 상처만을 남기다
“저는 그를 많이 사랑합니다”


뮤지컬 ‘쓰릴미’는 ‘나’라는 인물이 오로지 사랑 때문에 ‘그’의 살인계획에 동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다루고 있다. 연출자는 이를 두고 두 사람의 ‘파워 게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의 후반부로 진행이 될수록 ‘과연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가?’하는 포스터의 카피는 더욱 선명한 물음이 된다.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는가, 두 사람을 파국으로 몰고 간 결정적인 이유가 단지 ‘그’를 많이 사랑해서였다면, ‘나’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김재범 “저에게 있어서 ‘그’는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엄청 고민했겠죠. 엄청 고민했을 겁니다. ‘나’의 행동을 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싶어요. 저도 계속 고민했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같이 있고 싶었을까. 아냐 아니야, 같이 있을까? 엄청 고민하고 엄청 망설였을 것 같아요.”
조강현 “1장에 보면 얘가 날 좋아하는지 확인하는 장면이 있어요. 살인을 위해선 얘가 필요하니까. 공연을 보실 때는 리차드가 네이슨을 사랑 안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처음엔 저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런을 돌리면서 저 역시 얘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저 역시 이 친구만큼이나 사랑하고 있는데 방법의 차이인 것 같아요.” 조강현은 한 마디를 마저 덧붙였다. “근데 제가 얘를 사랑하는지 아무도 몰라요. (웃음)”


자신이 하고 있는 작품에서 100프로 만족한다는 배우를 만나본 적 없다. 이들도 마찬가지.


김재범 “그날그날은 열심히 했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나고 보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욕심일 수 있는데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다시 한 작품들이 꽤 있어요. 꼭 그렇지만은 안더라고요. (웃음)”
조강현 “제가 0에서 100까지 리차드의 마음을 잘 모르잖아요. 그걸 알 때까지 계속 두드려보고 고민해봐야죠. 꿈속에서 연기하듯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은데 무대 위에서 약속이라는 게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갑갑하고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김재범은 이렇게도 표현했다. “저희가 알고 있는 게 40, 50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100을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더 있었던 건데 저희가 아직 못찾아냈다라고 생각하고요. 저희가 지금 모르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알고 있는 게 100인데 확실하지 않았던 100이었던 거죠. 더 있었던 거죠. 그 날은 그게 100이고 또 그 날 하는 게 100이고 그런 것 같아요.”


마지막 ‘나’의 고백으로 둘의 관계는 반전을 맞는다. 상황적으로는 갈 데까지 갔지만 감정적으로는 제일 많이 떨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재범 “이 장면에서 ‘나’라는 인물은 바닥까지 내려가 버리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전 그를 많이 사랑하는데요, 그 순간만큼은 잔인하게 그를 대하잖아요. 그래서 한없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진심은 아닌 거죠. 왜 우린 여기까지 왔을까, 후회도 약간 들어간 것 같아요.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조강현 “리차드가 네이슨을 사랑한다는 증거는 딱 두 장면 있어요. 아버지 얘기하면서 우리 아버지는 단지 사회적 시선에만 신경 쓸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랑 내가 되고 싶은 변호사는 이런 변호사야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이런 말은 사랑하는 사람한테만 할 수 있는 말이거든요. 그 후에 네이슨의 배신 아닌 배신의 말을 들으니까 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제 모든 걸 잃어버린 느낌이 들죠.”


뮤지컬 ‘쓰릴미’는 언제 어떤 페어의 연기로 관람하든지 해석의 여지가 농후한 작품이다. 따라서 한 번, 두 번, 세 번 봐도 늘 새롭다. “소품데스크에 앉아서(?) 오프닝 음악을 듣”거나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눈을 감고 잠시 상상을 하”는 것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두 남자배우는 남은 앞으로의 공연 역시 좋은 연기로 착실하게 갚아나갈 것이다. 김재범, 조강현 페어의 매력은 직접 눈으로 봐야 확인 가능하다. 오는 11월 14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



뉴스테이지  글_최나희 기자, 사진_전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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