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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고대'MB맨' 3인방..기싸움 2라운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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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고대'MB맨' 3인방..기싸움 2라운드 돌입
  • 임민희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9.03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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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우리금융 민영화 등 금융권의 인수합병(M&A) 대전(大戰)을 앞두고 고려대 동문 3인방의 치열한 수싸움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최근 입성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960년대 초반 고려대를 함께 다닌 선후배 동기 사이로 현 정권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최강 'MB맨'으로 통한다.


<왼쪽부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회장(61학번)과 어윤대 회장(63학번)은 경기고와 고려대(경영대)를 나온 2년 선후배로 사이다. 이팔성 회장은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학과는 다르지만 어 회장과는 63학번 동기로 친분이 두텁고 김 회장과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금융권에서 '호형호제'할 만큼 막역한 사이지만 우리금융 민영화가 향후 메가뱅크 도약을 결정짓는 중요한 관문이라는 점에서 주도권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어윤대 회장, M&A 시기 저울 중

금융권의 차세대 '거성'으로 주목 받고 있는 어 회장은 지난 7월 13일 국내 최대 금융사인 KB금융지주 수장으로 등극하며 한국의 월가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차기회장 인선 파행과 관치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선임된 어 회장은 일단은 외형적 확대보다는 조직정비와 실적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어 회장은 취임 당시 "KB금융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라는 냉철한 평가를 내리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임원축소 및 임금삭감, 구조조정 등 과감한 체질개선 의지를 밝혔다. 또 KB금융 그룹변화혁신 테스크포스(TFT)를 직접 신설해 본격적인 조직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KB금융 회장과 사장, 사외이사 2명 등 4명으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가 구성되면서 사실상 회장이 국민은행장과 지주사 사장 등 그룹 계열사 임원을 직접 선임할 수 있는 인사권까지 거머쥐었다.

그간 KB지주는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부회장 겸 국민은행장으로 권력이 양분된 이원체제로 적지 않은 내부갈등을 겪어왔다. 어 회장이 어수선한 조직을 정비하고 독자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타지주사와 어떤 경쟁을 펼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중 첫 시험무대가 될 우리금융 M&A 등과 관련해 어 회장은 "KB금융의 체질이 강화될 때까지 M&A는 안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며 내실정비에 치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어 회장이 내부 정비가 끝나는 대로 우리금융을 비롯해 산업은행(은행장 민유성), 외환은행(은행장 래리 클레인) M&A 등 메가뱅크(은행대형화) 경쟁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KB지주는 신한금융지주(회장 라응찬)를 제외한 3개 지주사 가운데 가장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유력한 인수후보"라며 "리딩뱅크 위상을 회복하면 잠재적 거대 M&A 세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팔성-김승유 회장, 주도권 잡기 '경쟁'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왔다. 실제로 금융계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중 '우리-하나지주 합병설'이 가장 유력시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최우선으로 두고 외환은행 인수를 차선으로 설정해 M&A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 2조원 이상의 인수자금을 확보하고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동적 입장에 처해 있는 이팔성 회장은 김 회장의 계속되는 러브콜에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산과 규모 면에서 현재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금융(331조원)이 업계 4위인 하나지주(192조원)와의 대등합병이 거론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향후 M&A주도권 경쟁에서 결코 밀릴 수 없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분매각 방식 중 '국민주' 방식을 민영화 카드로 선택, KT 등 일부 공기업에 우리금융의 지분 일부를 매입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이 우리 금융 지분 5%를 인수할 경우 과점주주를 형성해 정부 간섭 없이도 독자경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우리금융 M&A에 뜻이 있는 다른 세력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3조원의 인수자금을 모았다고 주장하는 금융계의 K씨 등과 잦은 접촉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 회장이 책임경영 등을 이유로 자사주 매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9월 30일 처음 우리금융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3만5000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끌어올리기에 공을 들여왔다.

고려대 동문 삼국지 접전..막판 승자는?

우리금융의 매각가격이 7조원대로 이를 인수할 만한 대상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대등합병은 여전히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하나금융의 자금력 여부와 우리금융 내부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있다.

더욱이 지난 7월 30일 정부가 발표한 '민영화 방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냉담해 자칫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특정 금융회사에 무리한 인수를 허용할 경우 특혜시비를 야기할 수 있어 쉽지 많은 않은 상황이다.

331조원의 우리금융이 3개 지주사 중 하나와 합병될 경우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메가뱅크'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3개 지주사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동창이자 최측근 인사라는 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김승유, 이팔성 두 회장 모두 내년 상반기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14년간 하나지주를 이끈 김승유 회장과 이팔성 회장의 연임 여부가 향후 금융시장의 커다란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임에 실패하는 쪽이 M&A경쟁에서 자동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 김승유-이팔성 회장의 자존심을 건 격돌과 후발 주자인 어윤대 회장의 가세 등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를 놓고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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