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추석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이나 선물세트를 마련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고, 이에 따른 각종 피해가 우려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해마다 명절을 전후해 소비자들의 제보가 폭주한다. 선물을 싸게 구입하려다 되레 바가지 상술에 당하거나, 주문한 선물세트가 제대로 배달되지 않고, 심지어 지각배송으로 상한 선물이 배송됐다는 불만이 주를 이룬다.
이 같은 피해를 미리 예방하거나 사후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꼼꼼한 대비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된 명절 선물 피해사례와 그에 따른 대응법을 정리해봤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한 대형마트에서 명절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 "백화점 물건 싸게 줄게"..'바가지' 주의보
전라남도 광주의 윤모(여.28세)씨는 운전 중 차량에서 판매하던 삼성생명과학 '6년근 홍삼'을 50만원어치 구입했다. 추석을 앞두고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고민하던 차에 백화점으로 납품되는 홍삼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말에 현금 10만원을 주고, 나머지 40만원은 신용카드로 담배를 사서 줬다.
윤 씨는 박스(포장)에 40만원 이상 표시됐던 같은 제품이 인터넷에선 단돈 5만원에 판매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회사측에 연락해 반품 의사를 표명했지만 판매자만 탓할 뿐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씨는 "회사 물건을 직원이 빼돌렸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였다"며 "당시 판매자와 편의점에 같이 갔기 때문에 CCTV를 확보하려고 했지만, 7~10일만 보관한데다 고소하지 않는 이상 줄 수 없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 회사 관계자는 "노상구매 제품이라도 영수증이나 계좌이체 내역이 있으면 환불이 가능할 수 있지만 구입처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면서 "중복 배송 등을 핑계로 회사 물건이 노상판매 등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재고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고양의 엄 모(여.33세) 씨는 지난 2월 신호등 불이 바뀌길 기다리다가 홍삼 배송업체 직원이라는 사람에게 삼성생명과학의 '6년근 홍삼진액' '산삼' 총 10박스를 70만원에 구입했다.
엄 씨는 '제품이 중복배송 돼 처치곤란하다'는 말만 믿고 1박스에 약 37만~60만원에 판매되는 제품을 싸게 구입했다고 생각했다. 엄 씨는 현금 40만원과 담배 30만원어치를 카드로 구입해주는 방식으로 70만원어치를 결제했으나 나중에 자신이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제품은 인터넷에서 1박스당 3만~4만원대에 판매됐던 것.
◆ 선물세트 '늦게 오고, 썩어서 오고'
▲명절기간 동안 굴비세트 일부가 주문상품과 다른 제품이 배송되는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사진=MBC '불만제로' 방송화면 캡처)
명절 시즌에는 배송이 지연되면서 썩은 선물세트를 받았다는 소비자 피해가 봇물을 이룬다.
경상남도 밀양의 최모(남.36세)씨는 지난 설에 롯데닷컴의 굴비세트를 3만7천원에 주문 배송했다. 일주일 뒤 배송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도착했고 그 뒤 지인으로부터 심하게 부패된 굴비가 배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알고보니 배송된 상품에 수신자 및 신청자의 이름이 누락되는 바람에 일주일 가까이 사무실에 방치돼 썩은 상품이 배송된 것. 롯데닷컴은 수신자와 신청자 이름이 누락됐기 때문이라며 새 제품을 배송하는 선에서 최 씨와 합의했다.
당일배송을 요청한 신선식품이 엉뚱한 곳에 배송되는 피해도 자주 발생한다.
부산광역시 중구의 신모(여.39세)씨는 지난 설 때 고객들에게 쇠고기와 다른 물품을 추가한 박스 1개와 분홍색 보자기에 싼 선물 9개를 보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일배송을 조건으로 평소보다 1천원을 더 주고 SCL택배를 이용했지만, 당일배송은 커녕 이틀이 지나 뒤에 아파트 경비실에서 물건이 발견된 것.
쇠고기는 상온에서 2일이나 묵혀 썩은 냄새를 풍겼다. 신 씨는 배송 직후부터 선물이 도착했는지 택배업체에 실시간으로 확인했지만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SCL택배 측은 "설 연휴를 앞두고 물량이 많아 배송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 선물세트서 이물질 발견.."너무 늦었나"
명절 선물세트를 바로 소비하지 않고 보관했다가 뒤늦게 이물질이 발견돼 골탕을 먹는 경우도 있다.
선물받은 제품의 포장이 찌그러지거나 미세한 구멍 등이 발생했는지 바로 확인해야 차후의 분쟁해결에 도움이 된다.
부산광역시 전포동의 강모 씨는 지난해 추석 명절에 선물 받은 소금을 개봉했다가 깜짝 놀랐다. 뚜껑을 따자 유충의 허물과 곰팡이를 발견했던 것. 강 씨는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10년까지'인 소금에 뚜껑 부분까지 비닐로 이중 포장이 되어 있어 벌레가 유입될 틈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강 씨에 따르면 해당 업체 측은 자세한 설명을 듣지도 않은 채 “택배로 제품을 보내주면 새 것으로 교환해주겠다”며 상황 종결에만 신경 썼다고.
전라남도 고흥의 박모(여.53세)씨는 올해 초 선물받았던 캔햄을 냉장고에 보관해놓고 아이들에게 하나씩 요리해주곤 했다. 지난 5월 박 씨는 아이들이 대상의 런천미트(유통기한 2012년 11월8일까지)를 개봉했더니 시커멓게 곰팡이가 피어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기업 제품이고, 유통기한이 1년여 남았기 때문에 믿고 아이들에게 먹였던 것이었는데 배신감마저 들었다.
대상 측은 해당제품의 핀홀로 공기가 유입돼 제품이 변질된 것으로 추정했지만 아이가 아팠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판매자 확인 안 되는 현금 거래 피해야
이처럼 몇몇은 매년 명절 즈음이면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사례이므로 주의사항만 체크하면 안심이다.
고속도로 등에서 판매되는 건강식품 피해사례는 대부분 현금으로 구입하거나 담배 같은 현물로 대신 결제를 하는 등 영수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사건은 판매자의 신원을 알 수 없어 허위과대광고나 사기영업으로 책임을 묻고 싶어도 뽀족한 수가 없다. 도로변이나 담배를 구입한 편의점(마트) 등의 CCTV를 조사하는 등 경찰수사를 의뢰하는 게 고작이다. 이 마저도 판매자의 인상착의, 연락처, 차량 기종, 차량번호 등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판매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고, 영수증을 발행받을 수 없는 제품은 아무리 싸다고 생각되더라도 구매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쉽게 변질되는 신선식품 등은 배송환경에 대해 주의를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25℃(실내보관상태)에서는 제수용품 대부분이 하루만에 상하고, 15℃(복도·베란다)에서 2∼3일 보관시 대부분의 제수용품 부패·변질되기 때문이다.
명절선물세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홍삼 등 건강식품의 경우 허위과대광고를 조심해야 한다.
식의약품안전청은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때 '건강기능식품 표시 및 마크'가 없는 제품은 가짜 제품이라며,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 치료로 처방되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병’을 치료한다는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고, 포장지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표시와 마크 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