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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사람들①]신한금융의 새판짜기, 그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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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사람들①]신한금융의 새판짜기, 그 향방은?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0.09.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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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한금융지주(회장 라응찬)에서 '같은 그룹내 은행장(이백순)이 지주회사 사장(신상훈)을 고소'하는 전대 미문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신한금융그룹의 경영구도 개편문제가 금융계 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신한지주의 차기 후계구도와도 관련된 것이어서 향후 경영진 재편 구도에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번 신한지주 분쟁 사태는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 다른 금융그룹의 향후 경영구도 개편에도 중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신한지주를 필두로 국내 5대 금융지주사를 이끌어가는 그룹 내 핵심인물과 후계구도 등을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라응찬-신상훈-이백순 등 최강의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업계 1위의 실적을 달성하는 저력을 과시했던 신한금융그룹이 최근 불거진 내부 갈등으로 때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사장.


신한은행이 지난 2일 신상훈 사장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신한지주가 신 사장 해임안을 조만간 이사회에 상정키로 함에 따라 향후 ‘2인자’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또 향후 경영구도는 어떤식으로 새로 짜여질지를 놓고 온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년 장기집권 라응찬, 성공신화 계속될까?

금융권 최초로 4연임에 성공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지금의 신한금융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라 회장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선린상고를 졸업한 고졸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라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들어와 20년간 신한은행장, 신한금융지주 부회장, 회장 등 줄곧 1인자 자리에서 신한금융그룹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다.

특히, 지난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을 통합시켜 신한은행을 국내 2위 은행으로 부상시켰고 LG카드 인수를 추진해 1천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 업계 1위의 신한카드를 만들어내며 리더십과 경영능력 등에서 일본계 주주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2001년 6개 자회사로 출발한 신한금융은 2010년 6월말 현재 자산규모 313조4천억원으로 업계 3위를 기록 중이며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 11개 자회사를 갖춘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손꼽히고 있다.

20년간 그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라 회장은 현 정권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주주들의 신임도 두터워 앞으로도 상당기간 ‘1인자’ 자리를 고수할 전망이다. 다만, 정치권 등이 제기한 라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 등이 변수로 남아있다.

또한 내년 3월 임기만료때 신사장을 퇴출시킬 수도 있었는데 해임 시기를 앞당긴 것이 독이 될지, 아니면 약이 될지에 대해서도 금융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신한금융 삼각편대 '흔들'.. '신상훈 버리기' 돌입

한편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행장 체제는 '포스트 라응찬' 세대로 불리며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드림팀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신한은행장에서 지주 대표 이사로 발탁되며 신한금융의 2인자로 부상한 신 사장은 2009년 3월 취임 이래 신한지주 당기 순익을 1조3천53억원으로 끌어올리며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 했다.

신 사장은 전북 옥구에서 태어나 군산상고와 성균관대(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2년 라 회장과 함께 신한은행에 입행한 창립멤버다. 그는 28년 동안 '신한맨'으로 지내다 지난 2003년에는 유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신한은행장으로 깜짝 발탁되는 등 라 회장의 뒤를 이을 후임으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올해 3월 라 회장의 4연임 과정에서 박연차 게이트 관련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고 그 배경에 민주당 등 호남권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신 사장이 지목되면서 둘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신사장은 이런 의혹에 자신이 연루되지 않았음을 누차 강조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라 회장에 대한 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불거질 당시 신 사장이 정도, 순리경영을 강조하면서 라 회장 측의 반감을 샀고 이로 인해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후 신 사장의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이 신사장 주변인물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신상훈 행장시절에 이뤄진 K사에 대한 여신을 문제삼아 지주회사 사장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소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신한지주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들이다.


<왼쪽부터 이백순 신한은행장, 이재우 신한카드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사장, 서진원 신한생명보험사장>


이백순, '2인자' 등극 유력하나 외부세력 개입 여부도 변수

신한금융 내에서 ‘3인자’로 꼽히는 이백순 행장은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의혹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됨에도 '라 회장이 건재해야 신한금융이 살 수 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함않는 친라응찬 행보가 높은 점수를 받게 했다는 평가다.

이백순 행장은 서울 태생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한 후 1982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분당시범단지지점 등 영업점을 두루 거쳐 온 '영업맨'이다.

특히 현장과 토론경영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일찌감치 '신한DNA'형 인재라는 평가 덕에 신한지주회사 부사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CEO를 향한 경험을 쌓아왔다.

이 행장은 라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신사장이 퇴출될 경우 2인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행장이 대외적 측면에서 리더십과 경영능력 등을 입증하고 평판을 더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도 2인자 부상 여부와 관계없이 라 회장의 신임을 받는 계열사 사장중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군산상고를 졸업한 후 신한은행 창립때 개설준비위원으로 참여해 라 회장과 연을 맺었다. 이 사장은 2007년 신한카드를 맡은 후 경쟁사인 KB카드 실적이 떨어진데 반해 신한카드는 약진을 거듭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고 경역실적 역시 호조세를 보여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한 때 건강악화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8월 연임에 성공하며 ‘라응찬맨’임을 과시했다. 그는 라회장을 극진하게 보필하는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경북 포항과 동지상고 출신으로 신한은행 창립멤버다.

이명박정부 초기 신한은행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주요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를 맡았다. 이 사장은 이 대통령과 같은 동지상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인맥이 넓고 라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서진원 신한생명보험 사장은 경북영천에서 태어나 계성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ㆍ부사장) 등 핵심요직을 맡았다. 2007년 신한생명보험을 맡은 후 연임에 성공하며 그룹 내 실세중 한사람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밖에 지난 8월 연임에 성공한 신한지주 위성호 부사장과 신한은행 이성락 부행장 역시 신한금융그룹의 핵심차세대 주자로 급부상 중이다. 이백순 행장측의 일격에 신상훈 사장의 반격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내부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신한금융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신 사장이 해임될 경우 향후 '2인자' 자리를 놓고 후계구도 경쟁이 가열될 수 있어 내부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도 관건이다.

특히 신한지주의 경영구도에 허점이 생길 경우 외부세력의 진입 시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관료출신 금융인이 신한지주 CEO자리에 도전할 뜻이 있음을 내비친 바 있어 이런 금융계의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최우량 금융그룹 신한지주의 앞날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온 경제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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