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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지주, 저력으로 금융지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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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지주, 저력으로 금융지도 바꾼다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0.09.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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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한금융지주(회장 라응찬)에서 '같은 그룹내 은행장(이백순)이 지주회사 사장(신상훈)을 고소'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신한금융그룹의 경영구도 개편문제가 금융계 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신한지주의 차기 후계구도와도 관련된 것이어서 향후 경영진 재편 구도에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번 신한지주 분쟁 사태는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 다른 금융그룹의 향후 경영구도 개편에도 중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신한지주를 필두로 국내 5대 금융지주사를 이끌어가는 그룹 내 핵심인물과 후계구도 등을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상업투자은행(CIB)'을 목표로 과감한 개혁과 그룹혁신을 진행 중인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에 민영화 우선순위에서 밀려 민영화작업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유성 산은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지난 2008년 6월 이명박 정부 초기 '산업은행 민영화실현'이라는 특명을 받고 취임, 탈 국책은행화 작업에 매진해 왔으나 지난해 말 정부가 우선적으로 우리금융 민영화부터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최근에야 우리금융 매각작업에 나서는 바람에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정부정책우선순위에서 여전히 뒷전에 밀려나 있는 양상이다.


<민유성 산은지주회장 및 산업은행장>


민유성 회장, ‘뚝심’으로 산업은행 체질개선

민유성 회장은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달리 리먼브라더스, 모건스탠리 등 주로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금융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민 회장은 취임초부터 적지 않은 텃세와 견제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통적으로 관료출신들의 몫이었던 산업은행장 자리에 느닷없이 외국계 은행 출신이 전격 낙점되다 보니 금융당국의 협조가 예전만 못해졌고 나아가 산은총재자리를 노리는 관료출신들의 민 회장 흔들기도 적지 않았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그는 특히 취임 초기부터 리만브라더스 인수문제를 꺼냈다가 퇴진 압력을 받아야 했고 민영화의 필수 조건인 지점망 확대 등과 관련해선 금융당국으로 부터 다른 은행에 비해 현격히 불리한 대우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같은 국책은행인데도 금융당국이 기획재정부 출신이 행장으로 있는 기업은행에겐 올 한해 40개가까운 지점 증설 인가를 내 준 반면 정작 많은 점포망 확보가 필요한 산은에겐 단 2개의 신규지점 설치만 허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 뿐 아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구조조정 및 GM대우차 처리와 관련해서도 그 속도나 방법을 놓고 민 회장을 흔들어 대는 세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다 산은의 수신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자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산업은행 자산의 절반을 정책금융공사로 이관시키면서 민행장 취임이후 경영여건은 더욱 나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민 회장은 이에 아랑곳 없이 특유의 친화력과 탄탄한 국제금융 네트워크, 남다른 인내력으로 주변의 악재를 극복해 가며 그에게 주어진 민영화 기반닦기 및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매진해 왔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강대(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시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한 후 자딘플레밍증권 서울사무소 부소장, 리먼브라더스 서울사무소 부소장,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사무소장을 지냈다.

이후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대표이사 사장,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 등을 역임하며 폭넓은 국제경험을 쌓았다. 또 2001년부터 3년간 우리금융 재무담당 부회장(CFO)으로 재직할 당시 부실자산 정리와 국내외 동시 상장을 이뤄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8년 한국산업은행 총재를 거쳐 산업은행장 겸 산은지주회장에 취임한 민 회장은 국책은행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영화의 필요성을 강조, 대대적인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민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 등으로 민영화 추진이 어려웠으나 취임 1년 만에 정책금융공사와 분리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난을 초래한 대우건설을 산은 사모투자펀드(PEF)로 인수했고, 금호생명(현KDB생명)을 산은 지주계열로 편입시키는 등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스스로의 입지를 다져 나갔다.

게다가 올 3월에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이 결합한 프라이빗(PB)센터를 출범시켜 2천억원의 수신고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한 민영화에 대비해 2011년 상반기에 국내 증시 상장과 2012년 해외증시 상장을 계획 중이다.

민 회장은 반세기 가까이 국책은행으로 군림해온 산업은행에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관료주의 타성을 버리지 않고서는 타금융권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본부장․지점장 CEO제도'를 도입, 산업은행 11개 본부의 본부장과 국내 44개 점포장들에게 ‘CEO’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재량권을 부여해 책임경영을 실시토록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서울을 제외한 전국 권역을 경기와 강원․영남, 충청․호남 지역으로 나눠 본부장 자리를 신설하고 지방의 주요 기업체들을 탐방하는 등 지방영업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금융'에 민영화 우선순위 밀려..고군분투 중

민 회장이 민영화에 열을 올리는 것은 현정부의 방침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업은행을 세계 20위권의 '글로벌 CIB'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위해 '비전 20-20-20'을 설정, 2012년까지 프로젝트파이낸스, 사모투자전문회사(PEF), 기업구조조정 등 경쟁력을 확보한 업무 중심의 역량 강화를 통해 아시아의 Regional CIB로 자리매김한 후, 2020년까지 성장 동력 확보 및 글로벌 진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임기 내에 민영화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민 회장의 바람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밀려 사실상 계획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 지은 후에 산업은행 민영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그 시기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기를 1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민 회장으로서는 민영화 추진에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전망이다.

민영화가 계속 늦어질 경우 내년 예정된 국내외 증시 상장 역시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정부로서도 하루빨리 우리금융 민영화를 마무리 짓고 산은지주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명분에 얽매이지 말고 산은지주의 수신기반 마련을 위해 외환은행 인수 등을 과감히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 회장은 이달 초 부산지역에서 은행 증권 보험 캐피탈 자산운용 등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전략회의를 갖고 이 지역 고객들을 초청해 그룹의 비전을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이는 계열사간 협력을 바탕으로한 시너지를 무기로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민영화의 기반도 닦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산은지주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산은인프라자산운용 등 5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또 이들 자회사에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 또는 코드가 맞는 측근 인사를 전격 배치해 경영효율을 극대화하고 화합도 이끌어 내고 있다.

다른 금융그룹이 겪고 있는 경영진간 갈등은 산은지주와는 멋 얘기처럼 보인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과 최익종 KDB생명보험 사장>


임기영, 최익중 등 계열사 공동 발전 모색.. 균형있는 자회사 발전 도모

산은지주에서 가장 든든한 계열사중 하나가 대우증권이다. 대우증권은 증권업계 수위자리를 차지 하면서 제몫을 해 주고 있는데다 최근 산은지주가 인수한 KDB생명등에 대한 업무협력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증권을 이끄는 임기영 사장은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 제물포고와 연세대(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살로몬브라더스 상무이사 겸 대표이사, 삼성증권(주) 상무이사, 도이치증권(주) 한국부회장, IBK투자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전임 김성태 사장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낙하산으로 내려온데다 대우증권 주요 임원에 자기사람을 많이 심어 그의 임명 배경에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지주회사와의 관계 등에서 큰 잡음없이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민 회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최익종씨를 KDB생명보험 사장으로 선임해 조직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 사장은 민 회장이 가장 믿는 그룹내 구조조정 전문가다.

그는 전북 정읍 출생으로 전북대(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77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기업구조조정실장과 공공투자본부장, 투자금융본부장 등을 지냈다.

최 사장은 민 회장을 도와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을 도맡다가 금호그룹에서 부실화된 KDB생명(옛 금호생명) 사장을 맡아 구조조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또한 윤만호 산은지주 부사장은 민 회장을 측근 보필하며 원만한 인품과 열정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매사에 일처리가 깔끔하고 전 금융권에 적이 없을 정도로 실력과 인격을 동시에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윤 부사장은 경복고와 연세대(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산업은행 경영전략부장 겸 트레이딩센터장, 금융공학실장 등을 역임했다.

산업은행 민영화가 답보상태에 빠진 지금, 내년 6월 임기만료를 앞둔 민 회장이 남은 임기동안 금융권의 인수․합병(M&A)과 기업발전 등에서 어떤 수완을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다.

임기 내내 많은 견제속에서도 수많은 현안을 묵묵히 처리해온 민 회장과 그의 참모들은 일단 민영화 여건이 마련될 때 까지 뚝심과 저력으로 그룹의 장래를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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