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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미친넘의 사랑(25)…그 여자에게 코 꿰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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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미친넘의 사랑(25)…그 여자에게 코 꿰어버렸네
  • 홍순도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2.16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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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문호에게 바로 여권을 돌려줬다. 그는 조직 폭력배답지 않게 정중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원래 한국 분이셨군요. 우리 따꺼(大哥)도 서울에서 태어나 20여년간을 살았다고 하던데…."

"…."

"아 그리고 형씨, 정말 솜씨가 대단하다고 하더군요. 하긴 우리 아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면 대단한 실력이지. 그럼, 달마다 정확히 돈을 부치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경찰에는 신고를 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소. 형씨들이 우리 애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우리는 이미 카메라에 다 담았소이다."

청년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광평을 힐뜻 쳐다본후 무리를 이끌고 둥야 호텔 쪽으로 멀어져 갔다.

"이봐, 광평! 자네의 무술 실력이면 한바탕 붙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왜 맥 없이 그들의 요구 조건을 다 들어줬어?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

문호가 둥야 호텔쪽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는 광평을 다그쳤다. 안타까움이 말 속에 절절이 묻어나고 있었다.

"자네 아까 혹시 흰색 양복 입은 친구의 왼손을 못 봤나?"

"가만 있자, 왼손이라…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 왼손 새끼 손가락의 첫마디 윗부분이 없었던 것 같았어. 왜 그게 이번 우리 일과 관계가 있나?"

"당연히 관계가 있지. 그자의 손가락은 인위적 방법으로 절단한 것이 분명해. 그건 그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폭력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뜻해. 일본 야쿠자들이 양복 색깔을 대개 하얀색으로 통일하고 머리를 짧게 깎는가 하면 몸에 사무라이나 벚꽃, 용 등의 문신을 하는 것처럼. 그자의 손가락은 그가 일본 야쿠자들이 유비쯔메라고 부르는 손가락 절단의 전통을 가진 타이완 최대 폭력 조직 쓰하이방(四海幇)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내가 굴욕을 참으며 섣불리 그자와 충돌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야. 만약 그가 쓰하이방의 중간 보스쯤 되면 우리 두사람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구."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그 많은 돈을…그 친구 말마따나 경찰에 연락도 못하게 생겼는데. 미치겠군, 정말!"

"위기를 넘기자면 어쩔 수 없었다구. 돈 문제는 당장 발등의 불이 아니니까 일단 해결 방법을 생각해볼 여유가 있지 않겠어. 나로서도 오늘 일은 치욕적이야. 이 수모를 갚을 날이 반드시 올거야."

광평은 문호의 투정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청년이 남기고 간 쪽지를 펴봤다. 화둥(華東)은행 시먼딩 지점 구좌번호와 왕소무(王小武)라는 예금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입속으로 그 청년일지도 모를 이름을 나직이 읊조렸다.

"음, 왕소무…왕소무라…."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벌써 한달 전의 일이라면 돈을 줘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황 기자는 문호의 설명을 다 듣고서야 비로소 그가 느닷 없이 왜 아르바이트 얘기를 꺼냈는지 알 수 있었다. 문호가 갑자기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어제 광평이 5만 위안을 마련해 와서 일단 이번 달은 무사히 넘겼어. 눈 딱 감고 호스트 바에서 만났던 여자에게 사정 설명을 했더니 흔쾌히 내놓았다는군. 이제 그 친구 그 여자한테 완전히 코 꿰어버렸어. 빌어먹을!"

문호는 앞에 놓인 사오싱주를 한잔 더 따라 마시며 투덜거렸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다는 투였다.

"앞으로 남은 돈은 어떻게 할 건데요?"

황기자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말을 이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수중에 있는 2000달러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기는 갚아야지. 광평의 실력으로도 상대하기 어려운 놈들에게 걸렸으니 도리 없지 뭐. 마침 어제 아르바이트 자리를 하나 구했어. 서울에서 살다 귀국한 화교 한 사람이 기숙사 근처에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중국 음식점을 열어 거기에서 일하기로 했어."

"그 흰색 양복을 입었다는 자에 대해서는 알아봤나요? 그 자의 부하가 정말 형 친구 손에 그렇게 크게 다쳤는지도 그렇고…."

"광평이 경찰 친구를 통해 이미 다 알아봤어. 그랬더니 그 자 이름이 진짜 왕소무래. 시먼딩 일대에서 황디(皇帝)사우나라는 명물 사우나를 비롯해 이발청과 퇴폐 안마 시술소등을 경영해 왔다고 그러더군. 광평의 짐작대로 쓰하이방인가 하는 꽤 대단한 폭력조직의 중간 보스가 분명한가 봐. 그리고 그 자 부하들은 진짜 크게 다쳤다고들 그래. 병원에 입원한 친구 둘 다 전치 석달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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