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대(UCL) 과학자들은 미국 학술지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석기 시대 유럽인은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었고, 이 때까지만 해도 우유는 유럽인의 식단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기원전 5480∼5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석기 시대 인류 유골에서 추출한 DNA를 검사해서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BBC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우유를 마시려면 성인은 우유의 주성분인 젖당(락토오스)를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가져야 한다. 이 유전자가 없을 경우 우유는 복부 팽만감, 위경련, 설사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현재 북부 유럽인 중 90% 이상은 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 농경사회의 인류는 DNA 검사 결과 이 효소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런던대의 마크 토머스 박사는 "우유를 마시는 능력은 비교적 최근에야 유럽인들이 진화를 통해 얻은 매우 유익한 특질"이라고 말했다.
초기 인류가 우유의 혜택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해도, 수확량이 오락가락하는 곡물에 비해 우유는 늘 공급량이 일정하고, 영양분을 함유했으며, 오염된 시냇물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은 알았을 것이라고 토머스 박사는 지적했다.
결국 우유를 마실 수 있는 능력은 인류가 생존하는 데 유리한 특질이라는 것이다.
목축업이 시작된 후 어느 시점에선가 우유 소화능력을 가진 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나타났고, 이 변이 유전자가 적자생존 논리에 따라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고 했다.
신석기 인류가 락타아제 생산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인류가 우유를 마시는 쪽으로 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영국영양재단의 과학자인 애나 데니는 영국 백인 인구 중 약 5%가 아직도 이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아 우유를 잘 마시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