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후 받은 영수증으로 특급호텔 무료이용권에 당첨되거나 화장품 구매 이벤트로 무료 항공권를 지급받게 된다면 누구라도 생각지 못한 행운에 들뜨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금만 내면 된다”는 업체의 말에 속아 이용규정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아차하는 순간, 수십만원을 떼이는 불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무료 여행권' 당첨과 관련한 피해 제보 접수가 줄을 잇는다.
특히 '레이디투어'의 경우, 유명 대기업의 자체 행사인양 속여 소비자들을 현혹, 수십만원의 제세공과금을 거둬들인 후 서비스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기행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시키고 있다.
◆ 당첨된 무료여행권...알고보니 '제세공과금' 낚시질
인천 문학동에 사는 심 모(남.39세)씨가 겪은 일이 바로 그랬다. 심 씨는 2009년 11월 생각지도 못했던 ‘횡재’를 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후 받은 영수증 뒷면에 “제주도특급호텔2박3일 무료이용당첨”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
심 씨는 바로 전화를 걸었고 “제세공과금 20만원만 내면 2010년 12월 30일 전에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꿈만 같은 얘기를 들었다. 믿을 만한 대기업 주유소에서 받은 당첨권이라 의심없이 20만원을 부쳤다. 심 씨는 이듬해 7월 예약을 위해 업체측에 전화를 걸었고, 2010년은 예약이 꽉 찼다는 말에 올해 2월로 여행날짜를 선택했다.
올해 1월 여행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업체 측에 연락을 했지만 수십번을 반복해도 연결되지 않았다. 그제야 이상하다 싶어 알아본 결과 ‘공짜 이벤트’의 행사주최는 기름을 넣었던 대기업이 아니라 ‘레이디투어’라는 여행업체였다.
뭔가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심 씨는 레이디투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 문의 메일을 남겼고 “해당 대기업과 분쟁이 일어나 이벤트는 무기한 보류됐지만 1인당 3만원을 내면 호텔을 예약해주겠다”는 기막힌 답을 받았다. 4인 가족일 경우 10만원이 넘는 돈이었다.
심 씨는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받은 이벤트 당첨권이니 당연히 주유소에서 하는 이벤트라고 생각할 것 아니냐"며 “아무런 사전고지도 없이 업체들간에 분쟁이 난 것을 가지고 왜 소비자에게 추가요금을 요구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심 씨가 받은 특급호텔 무료이용권
◆ “괌 리조트 무료 이용권이라 정말 기뻤는데…”
부산시 대연동에 사는 김 모(가명.여)씨도 비슷한 일을 겼었다. 김 씨는 지난해 여름 유명화장품 매장에서 화장품을 구입한 후 선물받은 쿠폰을 확인해보니 '괌 리조트 무료이용권'에 당첨된 것.
“너무 좋아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유명화장품 회사에서 받은 쿠폰이니 의심같은 건 해보지도 않았다”던 김 씨.
김 씨는 바로 쿠폰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고 제세공과금 20만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주저없이 20만원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쯤 예약을 위해 업체측에 전화를 했지만 통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에 김 씨는 화장품 회사로 연락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여행사 ‘레이디투어’의 책임으로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말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서 레이디투어 여행사에 대한 정보를 찾던 김 씨는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개설한 ‘레이디투어 피해자 모임’이라는 인터넷 까페까지 확인하자 허탈해졌다.
김 씨는 “그제서야 속았다는 걸 알았다. 이벤트 당첨권을 전달한 대기업은 나몰라라 하고 업체는 연락도 되지 않고 우린 어디다 하소연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레이디투어’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레이디투어’ 피해자들이 만든 인터넷 까페
◆ 이벤트 당첨 상술, 예방이 최선
한국소비자원에는 ‘레이디투어’에 의한 피해가 2008년 73건, 2009년 93건 접수되어 있다. 게다가 ‘레이디투어’는 ‘참제주’, ‘좋은항공’으로 업체명을 바꿔가며 영업을 했기 때문에 실제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이벤트 당첨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일은 ‘레이디투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무료 여행권 당첨상술로 인한 상담건수가 2007년 372건, 2008년 453건, 2009년 50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유사한 피해제보가 줄을 잇는다. 게다가 무료 여행권 당첨상술로 인한 피해는 소액인 경우가 많아 구제도 어렵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대해 조치중”이라며 “소비자들은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당첨된 경우 행사 주최측을 확인하며 ▲결제 전 반드시 계약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
인터넷 까페에 올라온 실제 피해 사례들
한국소비자원의 ‘레이디투어’ 피해사례 통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