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가 자사의 간판 스마트폰 디자이어HD 핵심부위 스펙을 허위 광고해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업체 측은 "제조 공정상의 차이일 뿐 성능은 동일하다"고 주장하다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와 음성을 삭제할 예정”이라고 슬쩍 발을 뺐다.
14일 전주 완산구 삼천동에 사는 서 모(남. 26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연말 두 남자가 불편한 자세로 얼굴을 밀착시키고 휴대폰 하나로 동영상을 감상하는 모습이 나오는 TV 광고를 보게 됐다. 이어진 장면에선 한눈에 봐도 시원한 화면 크기를 갖춘 휴대폰 주위에 대여섯의 남녀가 둘러 앉아 환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즐기는 모습이 소개됐다.
화면엔 ‘4.3 수퍼LCD + 돌비모바일 시스템’이란 문구가 떠올라 때마침 큰 화면을 갖춘 스마트폰 구입을 예정하고 있던 서 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큰 화면도 매력적이지만 전력 사용량이 적고 색감이 뛰어난 수퍼 LCD를 장착했다는 사실이 특히 서 씨를 사로잡았다. 곧바로 인근 판매처를 찾아 실물을 접한 서 씨는 광고에서 보던 시원한 화면과 선명한 화질을 확인하고 주저 없이 지갑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제품을 구입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서 씨는 기존에 사용하던 아몰레드 휴대폰에 비해 디자이어 폰의 밝기와 해상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시야각이 좁고 화면이 어두워 대낮에 환한 곳에서는 화면이 보이지 않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배터리 소모량 역시 수퍼 LCD라는 말이 무색했다.
서 씨는 자신이 지나치게 예민한 것은 아닌가 싶어 인터넷 사용자 카페에 들어가 ‘수퍼 LCD’라는 키워드로 게시물을 검색해 봤다. 그제야 자신과 동일한 문제로 카페에 글을 올린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
심지어 몇몇 사용자들이 공개한 이메일 회신을 통해 HTC 측은 수퍼 LCD라고 표시한 광고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제품에 TFT LCD를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었다.
서 씨는 “다른 휴대폰을 포기하고 이 제품을 구입한 것은 큰 화면에 '수퍼 LCD'라는 광고를 믿었기 때문”이라며 “업체가 'TFT LCD'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당장 광고를 중단하고 구입한 소비자에 대한 환불을 진행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TC 관계자는 “디자이어HD에 일반 TFT LCD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흔히 SLCD라고 불리는 수퍼 LCD와 제조 공정상의 차이가 있을 뿐 성능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퍼 LCD’라는 단어는 큰 화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한 일종의 ‘형용사’”라며 “자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관련 문구와 음성을 삭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TFT LCD의 선명도, 색감, 밝기 등을 개선한 것을 수퍼 LCD, 수퍼 클리어 LCD 등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HTC의 광고가 ‘허위 과대 광고'라는 이용자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이종영 사무관은 “광고 내용에 대한 업체의 의도보다는 일반적인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 들이냐가 공정성을 판별하는 기준”이라며 “수퍼 LCD와 일반 TFT LCD가 상세하게 구분되는 것이라면 허위 광고에 해당하며 소비자들의 피해 규모 등을 감안해 과징금 징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