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갑자기 창을 내려 놓았다. LG전자와 3D TV 기술을 두고 언제 진흙탕 싸움을 벌였나는 듯 싸움판을 피해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주변 여론 눈치를 살펴 더 이상 싸우는 것이 이로울 게 없다는 득실 계산을 끝낸 듯하다
신제품 신기술을 두고 경쟁업체와 벌이는 신경전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양사의 신경전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점잖은 회사 임원이 라이벌에 대해 원색적 비방을 퍼부은 것은 거의 유례없는 일이다.
이번 비방전의 시작은 삼성과 LG가 비슷한 시기에 기술방식이 다른 3D TV를 선보이면서 비롯됐다.
LG전자는 LG화학이 개발한 편광필름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자부하며 구동방식의 우위로 선전포고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패시브 편광 방식은 1935년 처음 개발돼 그동안 기술적인 진화가 전혀 없는 후진 기술이라며 맞받아 쳤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내장된 3D 안경으로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액티브 셔터 글라스 방식인데 반해 LG전자는 TV 화면에 편광필름을 붙인 뒤 좌우 색깔이 다른 3D 안경으로 입체영상을 보여주는 패시브 편광 방식이다.
글로벌 업체들 또한 서로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어 어느 게 낫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소니, 파나소닉은 삼성 방식을 도시바, 필립스는 LG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광고에 '하늘과 땅 차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거나, LG전자를 '원숭이'에 비유하는 등 원색적으로 라이벌을 헐뜯었다.
지난 8일 화요포럼에서는 LG전자가 채택한 필름패턴 편광안경식(FPR)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키도 했다. 오른쪽과 왼쪽 영상이 하나의 화면에서 나오는 만큼 풀HD 영상이 반으로 쪼개지면서 결국 HD급이 안 된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틀 뒤인 10일 즉각 여의도 LG트윈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액티브 셔터글라스 3D TV의 인체 유해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격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방전이 정점에 다달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21일 양사가 3D TV 추가 신제품을 동시에 출시하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삼성전자가 마케팅 포인트를 스마트 기능으로 집중해 기술논쟁에서 한 발 물러선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더 이상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여전히 자사의 3D 기술에 힘을 싣고 있다.
LG전자는 안경이 가볍고 3D 입체영상 구동 시 화면 겹침 현상이 적다는 등 FPR 3D 방식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그간 이전투구로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면서 여전히 '시비'를 걸고 있는 LG전자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래서일까 22일 LG디스플레이는 화요포럼 당시 자사 엔지니어들을 가리켜 '멍청한 XX'라고 비방한 삼성전자 김현석 전무에게 발언 사실 여부를 묻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큰 싸움판을 벌여놓고 자기만 살겠다고 발 뺀 삼성전자의 원죄를 단단히 묻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LG 측은 김 전무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항전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공개석상에서의 발언으로 적절치 못했다"며 유감의 뜻을 표하며 "아울러 향후 3D 기술논쟁과 관련 이전투구를 자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3D TV 시장이 올해 급성장할 황금시장이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네거티브전략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더 더욱 문제는 세계적인 덩치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좁다란 내수시장을 두고 싸우는 싸움이 옹색하기 그지없다. 세상은 넒고 할일은 너무 많은 때이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