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의 공백,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회장님을 밖으로 보내지 않았습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24일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1주년을 기념해 어떠한 행사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간에 잠시 물러났다 돌아온 것일 뿐 복귀 주기를 기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
이 회장은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의 지휘봉을 다시 잡자마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미래 성장 먹거리인 바이오제약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고, 연말 인사를 통해 3세 경영 체제의 기반을 다진 만큼 복귀 1주년을 기념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 고조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최근 진의가 잘못 전달돼 논란을 빚은 '정부 낙제' 발언으로 자숙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 복귀 1주년에 뒤이은 첫 주말인 26일에는 삼성 임직원들에게 '골프 금지령'이 내려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천안함 폭침 1주년이기도 하다.
앞서 8일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 후 귀국해 경영복귀 1년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복귀 1주년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며 "현재 맡은 것을 빨리 정상궤도에 올리고, 뛰고, 제대로 된 물건을 세계시장에 내서 그것을 1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키도 했다.
◆복귀 1년 삼성전자 '150조-15조' 클럽 최초 가입
이건희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며 작년 3월24일 삼성전자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위기론'의 화두를 잡은 이후 지난 1년간 '젊은 조직론', '1등 제품론' 등의 경영화두로 삼성그룹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가능케 했다.
복귀 2개월 만에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하고 2020년까지 10년간 23조3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18%늘어난 43조1천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의 과감한 투자는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국내 최초로 '150조-15조' 클럽에 가입시키는 성과를 낸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 154조6천300억원, 영업이익 17조3천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4%, 영업이익은 58.3% 각각 늘었다.
이 회장은 또한 젊은 조직론을 내세워 연말 인사에서 이재용(43) 부사장과 이부진(41) 전무를 각각 삼성전자와 에버랜드 전략담당 및 호텔신라 사장으로, 이서현(38) 전무를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3세 경영도 시동을 걸었다.
아울러 부사장 30명, 전무 142명, 상무 318명 등 전년 보다 110명 늘어난 총 490명이 승진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였으며 젊고 참신한 인물이 대거 발탁됐다.
작년 12월에는 그룹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복원키도 했다.
◆성공적 복귀, 향후 과제는
이 회장은 작년 위기론에 이어, 올해는 한 차원 높은 '1등 제품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 1년간 위기의식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만큼, 이제는 1등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화두다.
아이폰, 아이패드를 앞세워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하는 애플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TV 판매 및 매출에서도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황금 시장으로 예견되는 3D TV 시장에서는 기술논쟁이 일어날 정도로 LG전자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신수종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필수다. 시동을 건 3세 경영 체제의 안착도 과제다.
그러나 이 회장의 눈앞에는 올해 7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이라는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가로막고 있다. 2009년 말 이를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각종 활동 경비도 자비를 사용하고, 밴쿠버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 대한 격려금 4억4천600만원도 본인의 돈으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이 회장의 소회가 피부로 와 닿는 대목이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