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S/S 컬렉션의 화두는 바로 미소년을 연상케 하는 ‘톰보이 군단’의 등장이었다. 진짜 남자아이처럼 자른 헤어 스타일과 깡말라 여성스러운 느낌이 배제된 체구에 활기가 넘치는 외모의 ‘여성’ 모델들이 온 무대를 점령했다.
긴 생머리와 투명한 피부, S라인을 내세운 여성스러운 모델들 사이에서 미소년 모델들은 단연 돋보였다. 무명의 모델 아기네스 딘과 세실리아 멘데스가 짧은 커트로 헤어 스타일을 바꾼 후 섭외 1순위의 톱모델 반열에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2007년 S/S 시즌에 불어온 ‘여성복의 남성화’ 트렌드와 맞물려 그들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테일러드 재킷이나 베스트(조끼), 야구 모자, 타이 등으로 보이시한 룩을 선보이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에게 톰보이들의 등장은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사실 ‘남성화된 여성복’ 트렌드의 근원지는 할리우드다. 피트 도허티의 낡은 페도라(중절모)와 조끼를 즐겨 입던 케이트 모스의 무심한 룩이 린제이 로한, 미샤 바튼, 시에나 밀러, 니콜 리치 등에게 전파됐고,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페도라가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한 것이다.
이번 시즌 ‘톰보이룩(여성들의 사내 같은 옷차림)’을 자유자재로 선보인 디자이너 카렌 워커 역시 젊은 할리우드 고객들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과도하게 여성호르몬을 강조하는, 딱 붙거나 노출이 심한 옷차림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이 같은 톰보이룩으로 새로운 섹시함을 고려할 때가 됐다.
요즘 패션을 선도하는 모델들이나 배우 등 ‘세련된’ 남성들이 자잘한 여성적 근육과 라인을 강조하고 노출을 감행하며 섹시함의 새 무대를 개척하고 있는 트렌드와 다를 바 없는, ‘세련된’ 선택이 될 것이다.

▶요즘 톰보이룩의 트렌드는=침대에서 막 일어난 듯 부스스한 머리 스타일에 헐렁한 남자 셔츠를 입은 모습을 보고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많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톰보이룩도 이 같은 이미지와 형태의 옷차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보이시한 의상의 가장 큰 매력은 남성적인 디자인이 오히려 여성다움을 더욱 부각시키는 데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 톰보이룩의 가장 중요한 점은 소녀와 소년의 이미지가 합쳐져 있다는 점이다. 완벽한 소년의 모습이 아니라 소녀의 감성과 소년의 디테일이 합쳐진 룩이라 할 수 있다.
톰보이룩을 제대로 완성하려면 마치 아는 남자의 옷을 빌려 입은 듯 헐렁하고 여유 있는 실루엣을 유지해야 한다. 큰 사이즈의 셔츠나 재킷은 기본이고, 반바지 또한 엉덩이에 아슬아슬 걸쳐 있는 듯 약간 큰 사이즈에 통이 넓은 것을 골라야 한다.
남성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통 넓은 바지에 깔끔한 셔츠, 남성용 로퍼(끈 없는 구두)를 착용하더라도 바지의 밑단을 접어 발목을 살짝 드러냄으로써 여성다움을 표현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오버롤(일명 멜빵바지)를 입더라도 길이는 짧은 것을 선택해 최대한 다리를 드러내야 여성다움을 표현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또 완전한 톰보이룩을 위해선 선글라스ㆍ구두ㆍ벨트 등에 색상 포인트를 줘야 요즘 트렌드를 제대로 소화할 수가 있다. 단지 남성적인 이미지만 강조하는 옷차림은 ‘섹시한 톰보이룩’이 아니라, ‘어색한 옷차림’으로 전락하기 쉽다.

▶여성들이 입는 슈트는=이번 시즌 톰보이룩의 아이콘으로는 남성적인 슈트를 즐겨 입고 사내 같은 태도와 말투 등으로 돋보였던 배우 캐서린 헵번을 꼽을 수 있다.
요즘에는 빈티지한 재킷을 입은 키얼스틴 던스트, 큰 사이즈의 재킷에 중절모를 눌러 쓴 배우 미샤 바튼 등이 톰보이룩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패션리더들의 안목 덕분에 어느새 ‘디올옴므’의 날렵한 슈트에 눈독을 들이는 여자들을 위한, ‘여자만을 위한’ 남성적인 실루엣의 슈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엉덩이를 살짝 덮는 큰 사이즈의 재킷에 허리 라인을 높여 다리가 길어 보이는 형태의 슈트가 유행할 전망이다.
‘핀 스트라이프(세로 줄무늬)’ 베스트와 셔츠, 서스펜더(멜빵), 페도라 등도 최근 제안되는, 여성들을 위한 슈트 아이템들이다. 이 밖에도 남성들이 슈트 안에 즐겨 입던 베스트와 가죽 소재의 ‘라이더 재킷(오토바이를 탈 때 입는 재킷)’ 등을 이용하면 톰보이룩을 연출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
김이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