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부회장의 팬택호가 오뚝이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팬택은 2007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1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 25일 주주총회에서 박 부회장은 "올해 1천500만대 판매해 3조원의 매출 올리겠다"며 야심찬 사업계획을 발표키도 했다.
◆매출 2배, 스마트폰 2위
팬택은 작년 매출 2조775억원, 영업이익 840억원의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 성장세가 두 배 수준이다.
작년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팬택은 작년 휴대폰 1천107만대를 팔았다. 2009년 945만대에 비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었다.
특히 팬택은 작년 '시리우스', '이자르', '베가'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7개 모델을 연달아 내놓으며 98만대를 팔아 LG전자를 10만대 차이로 제치고 국내 업체 중 스마트폰 점유율 2위를 달성했다.
◆아이폰 쇼크?…팬택 도약 도전의 기회!
팬택이 1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워크아웃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합병한 뒤 채무를 자본금으로 출자 전환시켜 한 숨 돌린 상황에서 작년 초 터진 '아이폰 쇼크'는 팬택에게 더 없는 악재였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오히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고맙다"며 위기를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았다.
팬택은 삼성, LG 등 국내 경쟁사는 물론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해외기업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은 개발인력과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작년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출시했다.
그 결과 4분기 영업이익율이 6%대까지 회복됐고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스마트폰 2위 자리에 오르게 됐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가 이뤄낸 결과물이다.
이에 힘입어 팬택은 올해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피처폰 신제품은 아예 계획에도 없을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작년보다 많은 10종 이상의 스마트폰을 국내 출시해 300만대 이상 판매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1천200만대로 예상되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25%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소리다. 해외에도 10종의 신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팬택 부활로 이끈 박 부회장의 공유와 소통의 리더십
박 부회장은 공유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그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직후부터 과장급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분기 단위 경영설명회를 열고 회사의 상황을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직원들과 매일 수 십 통씩 메일을 주고받는다. 팬택의 그룹웨어인 Pware 에서는 박 부회장이 주도하는 사이버 토론이 매일 격렬하게 벌어질 정도다.
팬택의 월요일 아침은 새벽 6시30분이면 시작된다. 박 부회장이 주관하는 주요 임원회의와 판매 전략회의가 이때 진행된다. 이를 위해 박 부회장은 한 시간 앞서 출근해 회의를 준비한다고.
회의 내용은 상세히 기록돼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배포된다. 각자의 업무에 맡는 계획과 목표를 세우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영의 핵심은 구성원들이 회사의 목표를 명확히 인식하고,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깨닫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박 부회장의 소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팬택 임직원들이 박 부회장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남들과 똑같이 일하고, 남들 쉴 때 똑같이 쉬고 어떻게 경쟁자를 이길 것인가"라는 것이다.
팬택이 삼성과 LG 재벌 그룹 사이에서 당당히 버티고 있는 저력이기도 하다.
◆벤처 신화서 빈 털털이…팬택 부활 이끌다
박 부회장은 한때 벤처업계의 신화적 인물로 주목받았었다.
29세 때인 1991년 불과 6명의 직원으로 팬택을 창업했다. 전세금 4천만원으로 시작한 팬택은 기술력을 무기로 10년 뒤인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흡수하며 사세를 키워나갔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리고 노키아, 모토로라 등 국내외 다국적 기업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6년 겨울 무리하게 벌였던 해외사업으로 인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다.
박 부회장은 잘나갈 때 4천500억원에 달하던 오너 지분을 한순간에 날리고 빈털털이가 됐다.
그럼에도 그는 남은 건 이름 석자를 걸고 동분서주했다. 1박3일, 무박3일의 살인적인 출장 일정도 소화하며 거래처와 소비자들을 설득해나갔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2011년은 팬택의 창립 20주년이며, 2007년 시작한 워크아웃을 마무리하는 해기도 하다.
박 부회장의 팬택호는 2015년 매출 10조 달성이라는 공격적 목표를 선언했다. 팬택이 다국적 공룡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글로벌 업체로 진화해 나갈 수있을지 산업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