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9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복지부의 주요 현안들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질 때까지 유 장관이 직무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며 “사의 수용 여부는 그 이후에 판단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실장은 유 장관의 사퇴를 뒤로 물린 복지부의 주요 현안으로 ▷국민연금법 개정 ▷한미FTA 타결 이후 제약산업분야의 후속 보완대책 ▷의료법 전면개정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세 가지 현안은 언제까지 해결된다고 미리 장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시기적으로 4월 임시국회를 넘어 상반기를 훌쩍 넘길 수도 있다. 특히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의 경우 앞으로는 한덕수 총리가 국회 또는 정당과의 교섭에 직접 나설 예정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유 장관의) 진퇴 여부를 판단할 시점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유시민 한 사람을 위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이례적이다. 그럼 노 대통령이 벼랑 끝에 선 유시민 장관을 이처럼 꽉 끌어안은 이유는 뭘까.
유 장관은 청와대 밖의 ‘노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불린다. 군신 관계가 아닌 정치적 동업자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에게 여당 내에서 가장 믿는 인물을 말하라면 업무적으로는 이해찬, 심정적으로는 유시민을 꼽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열린우리당이 집단으로 반발했어도 그를 장관에 기용한 노 대통령이다.
유 장관은 태생적으로 노 대통령을 빼닮았다. 사자후를 토하는 연설이 그렇다. 격한 토론을 좋아하고 언변도 좋다. 또 호전적이다. 노 대통령의 이념과 노선, 기질까지 승계할 수 있는 인물은 여당 내에서 그 만한 인물이 없다고 한다.
지난 2002년 8월 시사평론가로 유명했던 유시민 의원은 “노무현을 흔드는 민주당 내 반노ㆍ비노 세력의 국민에 대한 배신과 사기 행위를 규탄한다”며 돌연 ‘절필(絶筆)’을 선언, 당시 많은 지식인과 진보 세력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절필 선언 직후 개혁국민정당을 창당, 당내 반대파들의 항명에 고군분투하던 노무현 후보를 도왔다.
이쯤되면 노 대통령 특유의 ‘보은’ 스타일로 볼 때, 유 장관을 버릴 수 없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유 장관의 탈당을 요구해도 노 대통령은 “굳이 당적을 정리할 필요가 있느냐”고 옹호하고,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99%”라고 실언을 해도 오히려 남은 1%로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자신의 개혁정신ㆍ이념ㆍ노선ㆍ철학만 이을 수 있다면 정치권 전체가 반대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기를 던질 줄 안다는 측면에서 노 대통령과 유 장관은 마치 쌍둥이 같다”며 “심정적 측면에서 노 대통령의 순혈 후계자는 유시민 뿐”이라고 귀뜸했다. (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