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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차를 신차로 만드는 한국의 '신통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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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차를 신차로 만드는 한국의 '신통술'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1.05.30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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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김 모(여.48세)씨는 수입차 구입 3개월 만에 차체와 보닛의 색상이 차이가 나는 것을 느꼈다. 보닛 뚜껑을 열어보니 볼트가 풀렸다 조여진 흔적이 있었다. 김 씨는 사고이력이 있는 반품차량을 속아 샀다며 분개했다.(소비자)

#소비자가 계약 후 출고된 신차를 이유 없이 인수하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소비자의 인수 거부가 등록 전이라면 과태료도 없다. 이럴 경우 출고차량은 대리점이 떠안아야 하는 재고로 전락한다. 몇 만원도 아니고 수천만원짜리다. 반품차량이라고 반드시 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는 시각의 차이일 뿐 새 차다.(대리점)

#대부분의 영업소에서 반품차량이란 사실을 고지했으며, 일부 영업소에서만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성과에 따른 수당을 받는 딜러의 개인적 행위를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완성차업체)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511대의 반품차량을 소비자들에게 신차처럼 속여 판매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고 있다.

기자의 눈에는 완성차업체와 대리점 그리고 소비자 등 저마다 억울함에 명분이 있어 보인다.

이들 511대의 차량은 이미 한차례 반품된 이력이 있다. 따라서 이 경우 하자여부 등을 조사하는 신규부활검사를 거쳐 재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말소 후 새로 등록해 새 차인 것처럼 판매를 했다.

국토해양부는 어느 날 존재할 수 없는 2개 차대번호가 등록된 차량을 발견하게 됐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2년 간 조사에 나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반품차를 소비자에게 사전고지 없이 팔 경우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

작년 10월 이에대한 자체 조사가 한창일 때 국토부는 반품차를 팔 때 해당 사실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고지해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아직 상임위 계류 중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의 과태료가 손해배상금보다 큰 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음을 개정 지연의 이유로 꼽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힘이 쎈 탓에 눈치를 본다는 수근거림도 들린다.

개정안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었다.

결국 국토부는 조사가 거의 마무리되던 지난 2월 대당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반품차량이 소비자의 단순 변심에 의한 것이고 아무런 하자가 없다면 보는 시각에 따라 대리점의 말도 일리가 있다. 되레 오랜 시간 출고를 기다리느니 반품차량을 바로 타려는 소비자도 있을 법하다.

문제는 너트를 풀었거나, 부품 교체 혹은 도색 등 이미 남의 손을 탄 차량임에도 새 차로 판 '양심불량' 행위다. 대리점들과 완성차업체들은 부인하지만 이같은 하자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버젓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반박은 아무 공감을 얻지 못한다.

소비자들도 아무런 이유 없이 출고된 차의 계약을 파기하는 만행(?)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영업사원들의 경쟁으로 더 좋은 조건의 차를 사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대리점의 과당경쟁에만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닌 듯하다.

영업사원의 개인적 행위라며 관리가 쉽지 않다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는 완성차업체의 입장은 명백한 방임이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구입한다. 그걸 알기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것 아닌가.

 

이번 반품차량 511대 중 절반이 넘는 272대가 현대차였다. 국내 시장 점유율 45%가 넘는 만큼 반품차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라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이며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로서 너무 궁색해 보인다.

구입한 새 차가 반품차인지 전시차인지 소비자가 사전에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 정비 전문가 등을 막론한 답변은 "알 수 없다"였다.

소비자가 뒤늦게 알았다 해도 개인 성향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이 완성차업체의 도덕성 해이를 부추길만한 요소로 충만하다.

"사전고지 없는 반품차량 판매는 명백한 사기 행위"라는 국토부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조사가 완성차업체들의 도덕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귀족은 귀족답게,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행동해야 한다

아울러 새 차로 둔갑된 헌 차가 511대 밖에 없길 바란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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