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이 없다. 대우조선을 인수할 자금을 웨이퍼,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사업에 투자하면 전분야를 1등으로 만들 수 있다."
과거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쓴 맛'을 봤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 주요 20개국 비즈니스 서밋'에서 전한 이야기다.
김 회장의 바람대로 한화의 태양광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며 글로벌 시장으로 발을 뻗고 있다. 반면 태양광사업과 함께 추진하던 대우조선 인수전을 놓고는 현재까지 수천억원대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희비가 교차되는 모습이다.
김 회장이 대우조선 실패를 후휴증없이 극복하고 태양광 사업으로 역전을 일궈낼 지 주목되고 있다.
◆ M&A 실패 후폭풍…소송전으로 비화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한화케미칼, (주)한화, 한화건설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 같은 해 10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이후 한화는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에 이행보증금으로 3천150억원을 냈지만 갑작스레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긴데다가 대우조선 노조와의 마찰까지 빚어지면서 실사조차 무산됐다.
2009년 1월 결국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했고, 산업은행은 한화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함과 동시에 한화 이행보증금 전액을 국가에 귀속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한화는 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 2월 패소 판결을 받고 현재 2심을 준비중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데다 실사도 하지 못한 채 인수를 포기한 만큼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게 한화 측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화 관계자는 "이행보증금 전액을 반환받는 게 정당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현재 2심 재판부가 꾸려져 재판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한화, 김 회장 리더십 논란 번질까 전전긍긍
당시 '대우조선 인수 포기'란 카드는 한화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대우조선은 김 회장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중차대한 글로벌 사업 폴트폴리오의 핵심 축이었던 것.
실제로 김 회장은 2008년 11월 대우조선 인수 MOU를 체결한 이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대우조선에 거는 기대를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그룹은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미래성장을 가속화할 대전기를 마련하게 됐다…한양화학과 대한생명 인수에 이어 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해양에 걸고 있다…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글로벌 사업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으로 삼기 위한 최적의 대안이었다."
이처럼 대우조선 인수전 중심에는 김 회장이 있었고, 실제로도 직접 나서 인수전을 진두지휘해왔다. 이런 까닭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행보증금을 날리게 될 경우, 김 회장에 대한 리더십 논란이 불가피해진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세계 조선업 경기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안요인이 여전한 만큼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한 것이 오히려 득이 됐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대우조선 인수 실패로인한 김 회장의 리더십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한화그룹이 소송을 통해서라도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