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사태로 낙하산 감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 출신 감사 파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현대증권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가 최근 주주총회에서 금감원 출신 감사를 보란듯 잇따라 재선임해 따가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와의 유착과 비리행위로 지탄을 받으면서 금감원 출신 감사 파견을 금지키로 했지만 일부 증권사가 이에 역행, 감독당국의 개혁의지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이에따라 금감원출신 감사가 재선임된 증권사에 대해서는 더욱 강도높은 감시와 감독을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증권(사장 최경수)은 금감원 국장 출신의 임승철 감사를 재선임했다. 동부증권(사장 고원종)도 금감원 총무국 부국장 출신인 김진완 감사를 연임시켰고, 신영증권(사장 원종석) 역시 금감원 신용감독국 신용정보실장 출신인 김종철 감사를 재선임했다.
또 메리츠종금증권(사장 최희문)은 금감원 증권검사 1국장 출신인 백수현 감사의 사의 표명에도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3년까지 남은 임기를 수행토록 했다. SK증권(사장 이현승)과 NH투자증권(사장 정회동)도 내달 3일 주총에서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감원 출신 감사 파견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금융업계 쇄신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전관예우 관행을 제한하기 위해 금감원 출신의 금융회사 감사 및 사외이사 취업제한 등을 검토 중인 상황. 그런데 일부 증권사는 이번 주총에서도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금감원 출신 감사 파견 금지 방침을 정했지만 주총을 실시한 일부 증권사들은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하는 방식으로 전관예우 관행을 취하는 등 약삭빠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금감원 출신을 고집하는 것은 금감원을 등에 업고 비리를 일삼으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전문가를 영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신증권(대표이사 노정남)은 금감원 조사1국 팀장 출신인 김기훈 감사 대신 김경식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상무이사를 새 상근감사로 선임했으며, 골든브릿지투자증권(대표이사 남궁정) 역시 금감원 검사총괄국 실장 출신 김병욱 감사 대신 나홍문 전 산은캐피탈 검사실장을 감사로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