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당첨’, ‘포인트 지급’ 등의 문구를 미끼로 결제를 유도하는 파일공유·다운로드 사이트들의 교묘한 수법에 넘어간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회원 수가 많은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리뷰’ 형식으로 업체를 홍보하는 글과 함께, 홈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놓고 방문을 유도하거나 ‘무료’라고 적힌 배너광고로 유혹하고, 선물을 가장한 종이 쿠폰을 제공하는 등 업체들의 사기 행각은 갈수록 지능화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무료서비스라던 홍보내용과는 달리 결제 안내 문구가 깨알 같은 크기로 기재돼 있어 소비자들을 당황케 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눈을 속여 자동유료전환이나 월 자동연장결제 등 부당한 약관에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어 단속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서비스 광고로 이용자를 유인하여 서비스를 이용하게 한 뒤 회원 가입비, 자동유료전환 등을 통해 소액결제가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사업자가 유료서비스에 대해 설명한 이용약관에 동의한 경우 피해구제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의 동의 없는 소액결제에 대하여는 요금수납 대행회사(이동전화회사)에게 해당 콘텐츠 제공회사의 연락처를 확인하여 가입당시 이용약관 및 동의여부를 근거로 이의제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가입 전 약관을 꼼꼼하게 챙겨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 ‘무료’ 리뷰 보고 접속하면 ‘유료’ 둔갑
충북 증평군에 사는 안 모(남.30세)씨는 며칠 전 평소 즐겨 찾는 여행 관련 카페에 방문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9천900원이 결제됐다며 본지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달 초 무료로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쿠폰이 있다는 한 회원의 글을 읽고 솔깃해진 안 씨는 작성자가 본문 안에 링크 걸어둔 둔 웹사이트 주소로 접속했다. 연결된 곳은 유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
하지만 안 씨는 카페 회원의 말만 믿고 아무런 의심 없이 회원가입 절차를 밟았다. 서너 차례 파일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던 안 씨는 뒤늦게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업체 측으로 환불을 요청했지만 '사용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안 씨는 “회원가입만 했을 뿐 유료라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회원의 리뷰는 대체 무엇이었냐”며 답답해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직접 안 씨가 피해 입은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시도해 봤다.
‘본 페이지는 유료서비스 사이트의 회원가입 페이지이며 24시간 내내 모든 컨텐츠를 무제한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가입 시 9,900원(VAT포함)이 결제되며 월 자동연장 결제됩니다.’
이름, 휴대폰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회원가입 버튼을 클릭하려는 순간, 화면 하단에 보이는 문구는 다름 아닌 결제 안내 문구였다. 글자 크기가 작을 뿐더러 희미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회원가입하거나 인증번호를 입력할 때, 유료 서비스라는 문구가 정확하게 명시돼 있다”며 “결제와 관련해서는 소비자가 이미 동의했으므로 환불해줄 이유가 없지만 사용기록이 전혀 조회되지 않는다면 계약해지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배너광고로 유혹해 정액요금 덤터기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에 사는 임 모(남.25세)씨는 최근 한 P2P사이트에서 영화 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무료 포인트 지급에 대한 배너광고를 보게 됐다.
배너광고를 클릭하자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번호를 입력하는 창이 떴고, 아무런 의심 없이 필요한 정보를 입력한 임 씨의 휴대폰에 전송된 문자메시지에는 ‘월정액 9천900원이 결제 완료 됐습니다’라는 뜻밖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황한 임 씨는 곧장 업체 측으로 항의했지만 “이미 무료 포인트가 제공됐으므로 결제금액의 일부인 5천900원만 환불해 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씨는 “당연히 무료인 줄 알고 정보를 입력했는데, 아무런 안내도 없이 결제를 진행했다”며 “소액결제 피해가 심각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처럼 순식간에 속을 줄은 몰랐다”며 속상해 했다.
취재 결과, 이 씨가 개인정보를 입력한 창의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결제 안내문구가 게재돼 있었다. 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은 이 씨는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던 것.
관련 내용에 대한 업체 측 입장 확인을 요청했지만 관계자의 거절로 취재를 진행할 수 없었다.
◆ “첫 달 요금 내야하는 서비스가 ‘무료’라고?”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거주하는 황 모(남.30세)씨는 2주전 모 커피점문점에서 케익을 구매하면서 ‘MP3 40곡 다운로드 무료 이용권’을 받았다.
어디서든 사용 할 수 있다고 안내된 이용권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용권에 있는 등록번호 6자리를 인증번호로 입력하자 결제창이 뜨며 5천500원이 휴대폰 소액결제 됐던 것이다.
깜짝 놀란 황 씨가 업체 측으로 문의하자 첫 달 정상 청구 후 2개월째부터 포인트로 돌려받게 된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고. 사용 기간 역시 한달 간 한정이 아닌 자동 연장이란 사실을 알게 된 황 씨는 사용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결제 금액을 돌려받았다.
황 씨는 “‘무료 쿠폰’이라고 명시해 놓고 요금을 청구하다니...낚시용 다운로드 쿠폰 등이 많지만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쿠폰이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며 기막혀 했다.
이에 대해 이벤트 진행 관계자는 “해당 쿠폰은 첫 달만 5천500원이 결제되고 이후 포인트로 되돌려주는 시스템으로 사실상 무료가 맞다”며 “자세한 사항을 쿠폰 뒷면에 공지하고 있고 자동 결제 역시 결제 직전 경고 문구를 통해 안내하고 있는 만큼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소비자의 과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회 청구에도 불구하고 '무료'라는 표기는 오해의 소지자 충분하다고 지적에 대해서는 “디자인과 공간상의 제약으로 세부적인 안내가 어려웠다. ‘MP3 포인트 첫 달 과금, 둘째 달 무료 이용권’으로 변경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