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또다시 모바일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지난 6~10일 5일간 진행된 'WWDC 2011'을 통해 선보인 애플의 소프트웨어로 인해 국내 모바일·IT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직접 발표한 '아이클라우드'와 'iOS5' 가 앞으로 국내 모바일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아이클라우드'로 애플 생태계 완성
'WWDC 2011' 기조연설에 나선 스티브 잡스는 유독 아이클라우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잡스는 "클라우드를 단순히 하늘에 떠 있는 하드디스크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그 이상"이라며 "이제 각자가 하드웨어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말로 PC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아이클라우드란 사진이나 음악,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를 클라우드(사업자의 대형서버)에 저장해놓고 언제 어디서든 애플의 각종 기기를 통해 간편하게 꺼내쓰는 서비스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아이패드나 맥, 아이팟터치 등 다른 애플 기기를 통해 내려받아 감상할 수 있다. USB, 외장하드 등 별도의 장치 없이 많은 양의 콘텐츠를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애플은 이전에도 일정과 연락처, 메일 등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바일미라는 이름으로 유료 제공해 왔다. 아이클라우드는 모바일미를 콘텐츠, 어플, 문서, 사진, 음악 등까지 확대함으로써 훨씬 더 기능이 강화됐음에도 무료로 제공된다.
아이클라우드가 여타의 서비스와 차별화된 점은 자동 동기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러 애플 기기 중 특정 기기에 콘텐츠가 제공되면 별도로 파일을 옮길 필요 없이 다른 기기에도 동기화된다. 사진, 음악, 문서, 일정 등 대부분의 파일이 동기화 대상에 포함되어 편의성이 높아졌다.
아이클라우드의 가장 위협적인 점은 애플 기기에서만 연동되는 폐쇄성 때문이다. 애플 기기를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사용자라면 아이클라우드의 매력 때문에라도 다른 경쟁 회사의 기기를 구매하고 싶지 않도록 만든 것. 전화하고(아이폰), 음악을 듣고(아이팟), 영상을 보고(아이패드), 컴퓨터 작업을 하는(맥) 개별 기기들을 네트워크 허브 개념의 생태계로 묶어냈다는 점에서 아이클라우드의 잠재적 위력이 드러난다.
아이클라우드로 애플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기업들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국내 통신·포털·전자업계는 올해 1604억원에서 2014년 4985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KT(유클라우드 홈), SK텔레콤(T백 플러스), LG유플러스(유플러스 박스) 모두 클라우드 경쟁에 대비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KT의 경우 50GB의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포털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지난달 '다음 클라우드'의 용량을 50GB로 늘리고 안드로이드용 어플까지 출시했다. NHN 또한 'N드라이브'를 통해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어 고객유치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클라우드 경쟁에 참가할 만반의 준비를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 스마트폰, 태블릿PC를 포함한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LG전자 또한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전담 인력을 배치하며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외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었지만 아이클라우드는 애플이 그동안 구축해온 모바일 생태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터라 파괴력이 남다르다"며 "이후 IT업계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이는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의 신호탄이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완성형에 가까워진 'iOS5'
WWDC 2011에서 공개된 iOS5도 아이클라우드만큼이나 놀라웠다. 그동안 탈옥폰에서만 가능했던 서비스들이 구현된 것이다.
iOS5는 올가을 아이클라우드 업데이트에 맞춰 무상으로 제공하며 지원되는 기기는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 아이패드2, 아이팟 터치(제3세대, 제4세대) 등이다.
지금까지 iOS 기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PC와 연결해야 했다. 하지만 iOS5 디바이스의 경우 와이파이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 PC 등에서 아이튠스 라이브러리를 관리하고 있는 경우에도 와이파이를 통해 동기화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iOS5에서는 공지센터, 뉴스 스탠드, 트위터 통합 기능, 리마인더, 아이메시지 등 새로운 기능이 200개 이상 추가됐다.
우선 알림기능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상단 라인에 알림통합기능이 동작, 다른 어플 이용 중에도 중단 없이 확인 가능하고 심지어 잠금화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 기능도 개선돼 잠금화면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홈버튼을 더블 클릭하면 카메라 촬영을 선택할 수 있고 볼륨 업 키를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 촬영화면의 그리드 라인 지원과 AF/AE 잠금 기능, 사진 편집 기능 등도 추가됐다.
트위터를 직접 지원하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설정에서 트위터 계정을 저장해 두고 앨범에서 사진을 곧바로 전송할 수 있고, 각종 알림 메시지 또한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iOS5에서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바로 모바일 메신저인 아이메시지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의 기본 메시지 기능에 통합되는 방식으로 제공되는데, 별도로 어플을 설치할 필요 없이 번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일반 문자메시지와 아이메시지를 선택해 보낼 수 있다. 사진과 동영상도 보낼 수 있으며 위치와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그룹 메시징도 전송할 수 있다. 이전부터 제공되던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FaceTime)과 달리 와이파이뿐만 아니라 3G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 애플 기기 사용자들로서는 훨씬 편리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문제는 아이메시지가 비록 애플 기기 사이에서만 제공되긴 하지만 엄연히 무료 메신저 기능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모바일 무료 메신저들 때문에 골치를 썩던 국내 통신사들로서는 통제조차 할 수 없는 애플의 아이메시지 출시가 반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은 이에 대응해 자사의 무료 메신저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KT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올레톡'을 선보였다. '올레톡'은 통신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주소록에 연동돼 친구등록이 자동으로 된다. 여기에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와 연동됨은 물론, 개인화된 모바일 홈페이지 '폰피'와 모임별 소그룹 설정기능인 '카페'도 제공한다.
올 1월부터 자체 SNS 서비스인 '와글'을 출시해 운영 중인 LG유플러스는 '관심사별 모임' 기능 추가 등으로 가입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또한 모바일 메신저에 동영상, 사진 공유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자체 개발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아예 스마트폰에 본 서비스를 기본 옵션으로 내장, 스마트폰 주소록에서 친구 이름을 검색하면 그 전화번호 아래에 통화옵션으로 문자메시지, 영상통화, 모바일메신저, SNS, 파일공유 등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였지만 애플의 아이메시지는 규제할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통신사들이 아예 무료 메신저 서비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통해 창출될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판단 한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