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수리비'폭탄' 무서워 AS 포기해야 할 판"
상태바
"수리비'폭탄' 무서워 AS 포기해야 할 판"
금액 책정 업체 멋대로...'권고' 수준 중재로 피해구제도 어려워
  • 양우람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6.15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제품 사용 도중 발생하는 크고 작은 고장들.

납득할 만한 사후 관리로 소비자를 웃게 만드는 기업이 있는 반면 과도한 수리비와 이해할 수 없는 수리 방식으로 소비자의 낯을 붉히게 만드는 업체도 있다.

소비자와 업체 간의 갈등 요소가 되는 '수리비 책정 방식'은 철저히 업체 자율에 맡겨지고 있어 소비자들은 사안별로 수리 유무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과도한 수리비나 잘못된 방침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을 위해 시민단체나 유관기관 등이 해당 업체에 조정 내용을 통보하기도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의 효력일 뿐이라 실질적인 피해구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정영란 팀장은 “수리에 소요되는 부품은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가에 비해 비싸게 여겨지는 면이 있다”며 “수리비와 수리 방식 조정을 위해 업체에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 플라스틱 깨진 것 때문에 메인보드 교체? 

스마트폰 충전단자 부위의 플라스틱이 조금 떨어져 나가자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한다는 펑튀기 수리를 안내한 업체가 있어 소비자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15일 대전 중구 중촌동에 사는 이 모(남.36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월 중순 델모바일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델스트릭을 구입한 후 만족하며 사용해 왔다.

특히 날렵한 디자인과 넓직한 화면이 이 씨의 마음에 쏙들었다. 하지만 이 씨의 뿌뜻한 마음은 최근 겪은 작은 고장으로 인해 산산히 부서졌다.

지난달 말 이 씨는 충전을 위해 휴대폰 본체에 연결해둔 케이블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케이블을 뽑고 나서 충전 단자 부위를 살펴보니 오른쪽 구석 부위의 플라스틱이 조금 떨어져 나온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케이블을 연결해 보니 충전 기능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새 제품에 흠이 생겼다는 것이 찜찜해 대행사를 방문해 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AS기사로부터 돌아온 대답에 이 씨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 버렸다. 문제의 부위를 고치는데  무려 33만원의 수리비가 든다는 것.

이 씨로서는 기기 구입가에 버금가는 수리비를 따져 물을 수 밖에 없었고 담당 기사는 "충전 단자 부위가 메인보드와 연결돼 있어 수리를 위해선 이를 통체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플라스틱 깨진 부위를 고치는 데 메인보드를 함께 갈아야 한다니 썩은 이를 치료하는 데 생니를 뽑고 임플란트를 해 넣으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라며 “터무니 없는 수리 방침을 고수하는 업체측에 화가 치민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델코리아 측은 본지가 사실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이렇다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수리 대행 업체 관계자는 “델코리아의 지침에 따라 수리 비용과 방식이 결정된다. 규정을 이 씨에게 안내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 노트북 액정 금 때문에 수리비 폭탄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사는 박 모(남.31세)씨는 사소한 실수로 고가 기기의 새제품 값에 버금가는 수리비 폭탄을 맞았다.

2월말 인터넷 홈쇼핑을 통해 애플사에서 생산한 맥북 에어 13.3 inch를 구입한 박 씨. 그는 지난 달 중순 집에서 노트북을 쓰던 중 급하게 약속이 생겨 작업을 중단하고 집을 나섰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와 습관처럼 노트북 전원부터 켠 박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노트북 화면 아래 부분이 파손되어 더이상 사용할 수없게 된 것.


돌이켜보니 전날 집을 나설 당시 급한 마음에 노트북을 힘주어 닫긴 했지만  노트북 액정이 마치 창호지 찟어지듯 깨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박 씨는 애플코리아 AS센터로 연락해 억울함을 호소하자 AS센터 측은 "액정 손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소비자 과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유상 수리가 불가피하다"고 안내했다.

헛돈을 날리게 됐다는 생각에 침울한 목소리로 수리비를 문의한 박 씨는 직원의 기막힌 대답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60만원 상당에 구입한 제품의 액정 수리비가 무려 94만원에 이른다는 것.

박 씨가 과도한 수리비의 근거를 따져묻자 "노트북 상판 모두를 교체해야 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액정만 별도 수리하는 방법 역시 기술상의 이유로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박 씨는 “구입한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노트북이 망가져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황당한데 액정 결함이라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소비자 과실로 떠넘기다니 기가 차다. 더우기  구입가 맞먹는 수리비용을 거리낌없이 불러대는 애플의 AS 정책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LED 액정의 경우 원자재 값이 비싼데다 상판과 분리해 수리하는 것 역시 기술적으로 어렵다. 동일 부품을 사용하는 타사 TV 등도 수리 시 새 제품의 가격과 맞먹는 비용이 매겨진다”고 해명했다.

◆ LG전자 TV는 주기적으로 고쳐줘야?   

대기업 제품마저 불만족스러운 AS로 소비자의 신경을 긁고 있다.

청주시 비하동에 사는 김 모(남. 32세)씨는  2007년 9월 무렵 구입한 LG전자의 32인치 LCD TV(32LB5D-NA.AKRYLH)가  이유 없는 잦은 고장을 일으켜 골치를 앓고  있다.

김 씨가 TV를 구입한지 9개월 가량이 지났을 무렵 별안간 화면이 꺼지고 음성만 나오더니 두세달 가량이 더 지난 후엔 아예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LG전자 수리기사는 파워 PCB가 고장이 나 교체해야 한다며 수리비용 9만1천500원을 청구했다. 김 씨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처음 증상을 발견했을 때 바로 수리 신청을 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도 있다는 생각에 비용을 감당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몇 주 전부터 또 다시 TV 화면이 나오지 않고 소리만 나더니 혼자서 전원이 꺼지고 리모컨 조작이 되지 않는 증상이 추가적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방문한 LG전자 기사는 “메인보드가 고장 나서 교체비용 12만원이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화가 난 마음에 수리를 미루고 LG전자 고객센터에 연락해 따졌지만 보증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유상수리를 받아야 한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나아가 2년 전 고장난 파워 PCB 때문에 발생했던 증상이 되풀이 돼 이를 문의하자 또 다시 부품을 교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안내했다.

김 씨는 “99만원 짜리 TV수리비가 3년 동안 21만1천500원에 달한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면서 TV를 써야하는 건지, 이런 TV가 과연 정상적인 TV인지 궁금하다”고 분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자체의 결함을 지적하는 것은 과장된 반응”이라며 “수리에 필요한 해당 부품에 책정된 가격을 적용할 뿐이다. 고객들의 말만으로는 정확한 원인 파악을 하기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양우람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