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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삼성 '일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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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삼성 '일병' 구하기?
연일 부정부패 질타..'1등 함정'에 빠진 조직 다잡기 위한 경고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1.06.1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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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삼성구하기(?)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기출근을 시작한 이 회장은 8일에는 삼성테크윈을 9일에는 삼성그룹 전체를 향한 노기를 내뿜으며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이 회장은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 되고 안심이 되니깐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며 "나도 더 걱정이 돼서 요새 바짝 이를 한번 문제 삼아볼까 하는 것"이라고 최근 사태에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재계는 글로벌 업체들의 잇따른 견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구성원들은 브랜드 자만심에 빠져 있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회장이 일갈한 것이라 보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 회장의 발언이 '1등 함정'에 빠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한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과거 후발 주자로서 1등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치열함이 떨어졌고,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과신해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다보니 부정부패가 고개를 들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4월 이 회장이 출근길에서 "전 세계적으로 삼성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여러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은 실정이다.

삼성을 키운 휴대폰은 애플 아이폰에 위협을 받고 있다.3D TV도 소비자들이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K-9 자주포는 삼성테크윈에서 만든 것이다.


인텔은 새로운 방식의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삼성을 바짝 뒤쫓고 있다. 그간 LCD 사업을 함께 했던 소니는 샤프로 파트너를 바꿨다.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태양광 발전 분야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테크윈의 부정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위기의 경각심을 깨우기 위해 터트릴 '타임밍'을 찾고 있었을 것이라고까지 할 정도다.

'인간미, 도덕성, 예의범절이 삼성헌법 1조'라며  입버릇처럼 삼성의 이미지 훼손을 그룹의 '존폐' 문제로까지 보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이를 방증한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몇 년 전 삼성전자 가습기가 물통 내부의 결함으로 물이 잘 배출되지 않아 리콜을 실시한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이를 본 이 회장은 크게 화를 냈다.

이 제품은 중소기업에서 아웃소싱으로 들여와 삼성전자가 판매만 한 것이지만 이 회장은 소비자들이 삼성 브랜드를 보고 구입해 이미지가 실추됐을 것이란 중대 사안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외주 업체의 문제로 본 삼성과는 시각이 달랐다.

결국 삼성전자 CEO는 이 문제의 원인과 대책이 담긴 보고서를 직접 작성해야 했다.

이번 삼성테크윈 경영진단을 통해 알려진 부정부패는 일부 언론이 보도한 K-9 자주포 납품비리나 뇌물·수뢰 등 중범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협력업체에 술과 밥을 얻어먹는 등 일반적이고 소소한 것들이 문제됐다고. 하지만 이 회장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는 소리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학수 부회장 퇴진 이후 느슨해진 감사 기능을 강화해 조직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10년여 동안 이 회장을  보좌하면서 후계구도와 지분관리, 정치권과 권력기관 로비와 같은 삼성의 가장 깊숙하고, 골치아픈 문제들을 해결한 핵심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분신'으로 그룹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직원들을 다잡았다. 이 전 부회장의 '라인'들이 계열사마다 포진해 물샐틈없이 계열사들의 동향를 파악하고 대응했다.


그러나 이 전부회장 퇴진 이후 이 같은 기능이 상당부분 퇴화해 이 과정에서 부정 부패가 다시 고개를 들고 물이 새고 있다고  이 회장이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앞으로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의 감사와 감시 기능이 한층 강화돼 이 회장과 이재용 사장의 친정체제가 그룹 말단 조직까지 스며들 것이란 분석도 낳고 있다.


정치로 말하면 대통령이 국가정보원과 같은 조직을 강화하고 싶어하는 속성과 비슷한 것이다.


 "뒤처지는 기업은 문제가 눈앞에 닥쳐서야 허겁지겁 움직인다. 그러나 앞선 기업은 사전에 대비책을 강구해놓아 문제가 발생해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직접 쓴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의 한 귀절이다. 결국 문제를 알아야 사전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평소의 소신이 이번 사태의 핵심인 셈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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