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7개 지점을 폐쇄한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SC제일은행)이 리테일 부문 강화에 나설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이 처한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이 은행이 리테일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낼지에 대해선 '결코 쉽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 백금거래에 따른 징계 등 대내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소매금융 시장에서 핵심고객을 늘리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 직장인 통장 및 신용카드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게 바로 그것.
SC제일은행은 올해 신용카드사업과 신용대출을 늘리고 자산관리부문을 강화하는 등 소매금융 강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다 은행법을 어기고 백금을 거래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예정이어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이번주내로 임금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기한 2차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원들은 파업과 동시에 영업행위를 일체 거부할 예정이며, 이경우 SC제일은행의 영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이 리테일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이 두각을 나타내기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점을 폐쇄해 외형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길은 리테일 부문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포화 상태인 카드 시장에서 자체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 외국계 은행이 시장을 움직이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계 은행이 국내 고객들의 성향에 맞는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지속성장 가능성이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며 “외국계 은행의 경우 사회공헌이나 공적 기능 부분에서 제외돼 있는데다 매각설 등이 불거져 국내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5% 감소한 3천224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올 상반기부터 영업점 27개 통폐합에 나섰다. 또 이 은행이 일부 점포를 문닫기가 무섭게 국내 은행들이 달려들어 영업실적 재유치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지금 은행권 영업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