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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KT의 고민, 와이브로 버릴까?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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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KT의 고민, 와이브로 버릴까? 버틸까?
  • 김현준 기자 realpeace@csnews.co.kr
  • 승인 2011.06.1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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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와이브로를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까? 계륵으로 보이는 와이브로에 대해 KT가 향후 어떤 전략을 취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닭의 갈비'라는 뜻의 계륵은 먹을 것은 없으나 버리기엔 아깝다는 뜻에서 어떤 것을 취해도 이렇다 할 이익은 없으나 버릴 수는 없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KT에 있어 와이브로가 딱 그렇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국산 4G기술이라는 의미가 있는데다 딱히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취할 수밖에 없지만 별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계륵과 같은 것.

앞으로 보편적인 4G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 확실한 LTE로 재빨리 전환해야 할지, 아니면 할 수 있는 데까진 와이브로를 밀고 나갈지의 선택 사이에서 KT가 갈등하고 있다.

◆HTC 와이브로 지원기기 2종 출시, 가능성은?

KT는 내달 1일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와 손을 잡고 3W 사용 기기 2종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기기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인 '이보(EVO) 4G+'와 태블릿PC인 '플라이어(Flyer) 4G'로 와이브로(Wibro)를 포함해 무선랜(WiFi, 와이파이), 3G 이동통신(WCDMA)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보 4G+'는 퀄컴 스냅드래곤 1.2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4.3인치 디스플레이, 후면 800만/전면 130만 화소 카메라 등 프리미엄급 사양을 갖췄다. 미국 스프린트에 공급 중인 모델로 SK텔레콤을 통해 선보인 센세이션과 동일한 UI(사용자 환경)가 적용됐다.

'플라이어 4G'는 은 퀄컴 스냅드래곤 MSM8655 1.5GHz 싱글코어 프로세서, 7인치 디스플레이, 500만 화소 카메라, 블루투스 3.0, 802.11n 와이파이, 안드로이드 2.3 등을 탑재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를 탑재했다.

KT가 와이브로 지원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12월 첫 3W 스마트폰인 삼성전자의 '쇼옴니아'를 출시했었고 그전에 출시된 LG전자의 'KC-1'도 와이브로를 지원했었다. 하지만 '쇼옴니아'가 7만대에 그치는 등 판매량이 미비했다.

'쇼옴니아' 이후 와이브로가 내장된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은 까닭에 현재 와이브로 이용자 51만8천여명(5월말 기준 KT 43만8천명, SK텔레콤 8만명)은 대부분 와이브로를 와이파이로 전환해주는 '와이브로 에그'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보 4G+'와 '플라이어 4G'의 출시가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내리막길 걷고 있는 와이브로, 이유는?

이번에 HTC에서 와이브로 지원 단말기를 출시하기 전까지 와이브로는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LG전자의 'KC-1', 삼성전자의 '쇼옴니아'가 출시됐듯이 국내 제조사들은 이미 와이브로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만들 기술력은 갖추고 있다. 다만 시장성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기피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같은 4G 기술인 LTE 단말기 출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LTE 상용화에 맞춰 오는 10월경 LTE지원 스마트폰을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같은 4G기술임에도 와이브로가 LTE에 밀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국망 구축 미비 ▲비싼 요금제 ▲세계적인 추세 등을 들고 있다.


현재 와이브로는 전국망을 가동하고 있다는 KT의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지방에서 잘 잡히지 않는다. 전국 어디서나 잡히는 3G와는 달리 주요 도시와 고속도로를 제외하면 사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제 또한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와이브로를 꺼리게 만든 요인이다. 최근 KT가 이용자 유인책으로 '3G+와이브로 결합 요금제'를 출시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55요금제 이상의 이용자들도 5천원을 더 내야 이용할 수 있어 가뜩이나 비싼 통신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이용자들에게 얼마나 먹힐진 미지수다.

LTE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LTE는 전세계 통신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3G기술인 WCDMA의 차세대 기술로 자연스럽게 '대세'로 굳어졌다. 해외에서의 호환성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이 남미나 동남아시아에 국한돼 있는 와이브로보다는 LTE를 택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와이브로 지원 단말기가 나왔지만 요금제나 전국망 구축 문제가 걸려 있어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여러 면을 감안할 때 제조사들이 LTE를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KT, 와이브로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처럼 전망이 밝지 않음에도 KT는 와이브로를 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KT는 '4G가 된다'는 광고 문구를 내세우며 와이브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와이파이를 강조하던 기존 광고에서 대대적으로 전환한 것이다.

KT가 때아닌 와이브로 홍보로 돌아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쟁사들의 LTE 전환으로 4G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미 상용화된 와이브로를 강조함으로써 아직 구축 중인 LTE와의 비교우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 이슈를 선점하고자 한다는 것.

그렇다고 KT가 LTE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다만 현재 있는 3W(Wibro·WiFi·WCDMA)를 최대한 활용한 뒤 점진적으로 LTE망을 활성화한다는 입장이다. 와이브로와 와이파이 전국망을 일찍 도입하면서 들어간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인해 재정적인 압박을 받았던 것을 감안, LTE로의 전환은 신중하게 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이미 와이브로에 투자한 비용 문제도 있는 데다 현재 2G서비스종료 문제도 걸려 있어 LTE로의 전환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 시장을 선점한 뒤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KT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KT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제주도에까지 와이브로망을 설치하는 등 이미 전국망을 85%이상 깔아놓은 상태"라며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은 상황이라 와이브로를 버릴 계획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화된 4G기술인 와이브로에 힘을 싣고 있는 중"이라며 "와이브로를 포기한 것은 오히려 SK텔레콤 쪽이 아니냐"고 전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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