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열 은행들이 국내 금융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외국계 은행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SC제일은행, 행장 리처드 힐)과 한국씨티은행(행장 하영구)이 국내시장에서 실적부진과 노사대립, 또는 고객정보 유출 관련 후유증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
게다가 이들 은행의 경우 사회공헌 활동까지 미약해 국내 시장에서 이익추구에만 몰두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간 마찰로 소매금융 영토 확장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측이 사측과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노사간 대립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열린 노사협상이 절차상의 문제로 한 시간 만에 무산되면서 총파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성과급제 도입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올해 SC제일은행이 수익성이 낮은 27개 지점을 폐쇄한 상황에서 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들어갈 경우 영업 악화는 물론 이미지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은행인 씨티은행은 지점을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씨티그룹의 은행 네트워크가 해킹 당해 36만개 이상의 신용카드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며 “국내 은행과 달리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이 덜한데다 매각설 등이 나돌아 국내 시장에서 안착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2010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해 3천2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데 반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한 금액은 104억원에 불과했다. 씨티은행 역시 지난해 3천156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사회공헌활동 실적은 79억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구은행이 2천27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고 사회공헌에 189억원을 지출한 것을 비춰 보면 꽤 낮은 수준이다.
이들 외국계 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채권 정리를 위한 ‘PF 정상화 뱅크(배드뱅크)’에도 끝내 참여하지 않아 업계의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외국계 은행은 국내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09년 대비 1.4% 증가하는데 그쳤고 SC제일은행은 2009년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계 관계자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역점을 둬야한다”며 “신뢰도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권에서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다른 관계자도 "외국계 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리테일부문을 집중 공략하고 있지만 국내 대형은행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의 리테일 업무 능력이 워낙 뛰어나 이들의 아성을 파고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계 은행들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국내 시장에 접근해야 그나마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