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23일 동안 1조여원의 예금이 인출됐지만 겨우 85억원만 불법예금인출로 보고 환수조치를 취한 점과 VIP 특혜인출 및 대주주 차명예금 불법인출 여부 등 의혹의 상당부분이 규명되지 않으면서 검찰수사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부사저축은행 검사무마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등 정․관계 로비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검찰이 납득할 수 없는 수사결과를 내놓으면서 향후 저축은행 비리사건이 의혹만 남긴 채 이대로 은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검찰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조사한 후 특검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21일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2월17일)를 당하기 전 불법 예금인출(기밀누설, VIP 특혜인출)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인 1월25일부터 2월16일까지 1조1천410억원이 인출됐고 이 중 불법인출로 의심되는 896억원을 조사한 결과 85억2천200만원이 불법 특혜인출로 드러나 예금보험공사에 환수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VIP고객의 특혜인출 의혹에 대해 "정․관계 유력인사는 없었고 부산지역의 고액예금주들이 특혜 인출했다"며 대주주 차명예금 불법인출 부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및 금감원의 기밀누설 및 직무유기 혐의 역시 고의성이 없어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발표 내용을 놓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22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자체입수한 부산저축은행 내부문건을 근거로 검찰수사의 축소․은폐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우 의원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부인 이 모씨가 지난 2월 초․중반에 대전저축은행에서 4차례에 걸쳐 총 2억7천960억원을 사전인출한 내역과 부산저축은행이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아파트, 골프장, 해외 부동산개발, 선박 등의 사업을 통해 금융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2천80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비자금으로 조성한 의혹을 강하게 질타했다.
우 의원실 관계자는 "검찰이 85억원을 환수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근거기준으로 영업정지 전날인 2월 16일 8시30분 이후만 특정했다"며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의 피해액이 2천882억인데 SPC를 통한 금뮹자문수수료 편취액이 2천800억원이기 때문에 일괄금융조회권을 통해 이것만 찾아서 환수해도 피해액을 보전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조사를 통해 저축은행 비리를 규명하고 이후 밝히지 못한 부분은 특검을 하자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며 "이번 주 안으로 여․야간의 국정조사 특위 간사를 선임해 증인출석 문제 등을 놓고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간사는 "부산저축은행에서 1월 25일부터 영업정지 당일까지 5천만원 이상을 인출한 예금자가 4천300명에 달하고 검찰도 특혜성 인출로 의심되는 예금주가 수백명에 이른다고 밝혀놓고 이제 와서 영업정지 방침 누설 행위가 없었다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금융위가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치 처분을 바로 내리지 않고 신청을 요구한 부분과 이 과정에서 로비나 고위관계자의 개입 사례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은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간사는 "이번 검찰수사를 놓고 본다면 향후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수사도 사실상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 짓지 않을 까 우려된다"며 "국정조사에서 이를 밝혀야 하는데 정치권에서는 예전처럼 전․현 정권의 책임공방만 벌인다면 결국엔 피해자들만 남겨 놓고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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