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대만의 단말기 제조업체 HTC가 손잡고 국내 4G시장을 열었다.
국내 토종 4G 기술인 와이브로로 LTE에 맞설 준비를 하는 KT와 한국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HTC의 필요가 만난 윈윈전략이다.
와이브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어 곤란을 겪은 KT와 한국시장의 교두보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HTC가 의기투합한 것이다.
4G시장을 개막한 양사의 전략이 시장판도를 바꿀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첫 4G 스마트폰-태블릿 PC 출시
HTC는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최초의 4G 스마트폰 '이보(EVO) 4G+'와 자사 첫 태블릿PC '플라이어(Flyer) 4G'를 공개했다.
KT를 통해 내달 1일 출시예정인 두 제품은 모두 3W(3G WCDMA, 4G Wibro, WiFi)를 지원한다. 4G 와이브로는 기존의 3G에 비해 3배 빠른 무선인터넷 환경을 제공하며, 와이브로 핫스팟 기능을 통해 별도 와이브로 수신기 없이 최대 8대까지 무선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하다.
'이보 4G+'는 퀄컴 스냅드래곤 1.2GHz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를 장착했다. 디스플레이는 4.3인치 qHD급(960X540)이며 HTC의 자체 개발 UI인 '센스가 탑재됐다. 후면의 800만 화소 카메라는 듀얼 플래시와 1080pHD 영상 촬영 기능을 지원하며 전면에는 13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태블릿PC인 '플라이어 4G'는 7인치 디스플레이, 1.5GHz 싱글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앞, 뒷면 이음새가 없는 HTC 특유의 알루미늄 유니바디 디자인을 적용했다. '스크라이브(Scribe)'기술을 이용, 터치와 더불어 펜 인식 기능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모 어플인 에버노트를 업계 최초로 내장해 PC에서 작성한 메모를 '플라이어 4G'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다.
잭 통 HTC 북아시아 사장 겸 한국법인 대표는 "4G 네트워크가 각광받는 것은 단순히 그 기술 때문이 아니라 4G가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 때문"이라며 "이보 4G 플러스와 플라이어 4G가 KT의 와이브로 4G 네트워크와 만나 소비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것"이라고 전했다.
◆KT의 백기사로 나선 HTC
이번 출시를 통해 HTC는 KT 와이브로 전략에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지금껏 KT는 와이브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어 곤란을 겪었다. 2009년 12월에 나온 '쇼옴니아' 이후 와이브로가 내장된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은 까닭에 현재 와이브로 이용자 51만8천여명(5월말 기준 KT 43만8천명, SK텔레콤 8만명)은 대부분 와이브로를 와이파이로 전환해주는 '와이브로 에그'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와이브로 단말기 제조 기술이 있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같은 4G 기술인 LTE 단말기 출시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LTE 상용화에 맞춰 오는 10월경 LTE지원 스마트폰을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당장 SK텔레콤-LG유플러스에서 4G LTE 상용화 계획을 목전에 두고 있는 터라 '이보 4G+'와 '플라이어(Flyer) 4G'의 출시는 KT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물론 KT도 현재 있는 3W(Wibro·WiFi·WCDMA)를 최대한 활용한 뒤 점진적으로 LTE망을 활성화할 계획이라 '이보 4G+'에 올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쟁사보다 한발 늦은 LTE 전환시기에 이미 상용화된 4G 기술인 와이브로 단말기를 이용 4G시장 선점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KT에겐 호기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고객 입장에선 4G 기술이 와이브로인지 LTE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커버리지, 데이터 속도, 저렴한 요금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KT의 4G 서비스는 가장 앞서 있다"고 전했다. 이어 "KT는 기존에 설치된 와이브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며 "향후 LTE폰이 출시되더라도 커버리지가 시원치 않을 수 있는 까닭에 KT는 이후에도 와이브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HTC의 한국시장 공략 중요 파트너로서의 KT
이보 4G+'와 '플라이어(Flyer) 4G' 출시는 한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던 HTC로서도 기회다.
HTC는 지난 한 해 동안 2천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5위를 차지했다. 각종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HTC의 올해 1분기 예상점유율은 9.2%로 노키아, 림 등의 점유율 하락분을 급속도로 흡수하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 이외의 외산 제조사들과 마찬가지로 HTC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보잘것없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최고의 기술로 무장한 데다 AS경쟁력도 우수하고 마케팅 영향력 또한 강력한 한국 제조사들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던 것.
특히, 자사 운영체제인 iOS 및 차별화된 UI로 무장한 애플과는 달리 HTC의 경우 안드로이드OS를 기반으로 한 고만고만한 스마트폰들 중 하나로 인식되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HTC로서는 KT의 전폭적인 지원과 와이브로라는 새 무기를 장착할 필요성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과 비교할 때 스펙이나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큰 차별점이 없는 HTC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여지는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LTE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전에 4G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이번 결정이 KT와 HTC 모두에게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냐"라고 해석했다.(사진=연합뉴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