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누군가 내 통장에서 다달이 돈을 꺼내가고 있다면?
자동이체 납부 방식으로 매달 통신 및 각종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는 경우 혹여 과다한 요금이 청구되지는 않는지, 해지신청은 정상적으로 처리됐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짧게는 두세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과거 거래 업체에서 통장에 남아있는 잔고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꼬박꼬박 인출해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소비자가 실수로 계약해지를 하지 않아 요금이 청구된 것은 물론 업체 측의 과실로 해지신청이 누락되거나 본인동의 없이 계약연장해 일방적으로 요금을 이체해 가는 등 관련 피해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자동이체의 신청·해지는 이용자 본인이 취하여야 할 조치이며, 이러한 의무 소홀로 발생한 손해는 이용자 책임”이라며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 해지 후에도 요금이 청구됐다면 객관적인 입증자료(녹취록, 모뎀반납 근거, 주소이전, 타사가입 등)가 있어야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동이체 통장을 수시로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당부했다.
◆ 계약해지 잊었다가 5년 간 200만원 인출
경남 진주시 호탄동에 사는 오 모(남.30세)씨는 지난 2006년, 학교를 졸업하며 고향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 후 5년 뒤, 무심코 통장을 정리하던 오 씨는 KT에서 인터넷요금으로 매월 3만3천952원 씩 꼬박꼬박 인출해 간 내역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과거에 살던 집에서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이용했던 그는 이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계약 해지 절차를 잊어버리고 만 것. 당황한 오 씨는 곧장 업체 측에 이 사실을 알리고 해지 신청을 했지만 지금까지 납부했던 220여만 원의 요금은 환급받을 수 없었다.
오 씨는 “제 때 계약해지 하지 않은 실수는 인정하지만 피해 본 금액이 엄청나다”며 “이용 내역이 없다면 일부만이라도 환급해줄 수 없는 것이냐”고 속상해 했다.
◆ ‘무료체험’ IPTV 요금 3년 간 인출..본보 중재로 해결
경기 구리시 수택동에 거주하는 박 모(남.40세)씨 역시 3년간 부당요금이 자동이체되는 피해를 겪었다.
박 씨에 따르면 2008년 4월 중순경 케이블TV업체인 (주)씨앤앰와 KT의 영업사원으로부터 디지털 방송과 IPTV '2개월 무료 시청'을 권유 받아 가입했다. 불교용품점을 운영 중인 박 씨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다 보니 웬만해서는 안면 있는 사람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무료기간 2개월 후 원치 않으면 장비만 수거 하겠다”는 영업직원의 말만 믿고 셋톱박스를 설치한 박 씨는 한 달 후 KT와 씨앤앰 양 측으로 각각 시청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로부터 3년 후, 박 씨는 KT에 인터넷 해지 신청을 하다가 IPTV가 해지되지 않아 요금이 계속 인출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혹시나 싶어 확인해 보니 씨앤앰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3년간 자신도 모르게 인출된 부당요금은 약 80만 원.
박 씨는 두 업체 측으로 무료 사용 기간 후 정식으로 작성된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떤 회신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KT 측은 박 씨의 정황을 참작, IPTV 사용료 전액 감면을 약속했다. 씨앤앰 측은 디지털 전환 2년까지는 할인율이 높아 실제 가입자에게 청구된 금액이 많지 않다며 3년째 정상요금이 청구된 시점부터 차액을 계산해 환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소비자 울리는 케이블TV 계좌 이체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이 모(여.39세)씨는 최근 지난해 4월부터 통장에서 신청하지 않은 케이블TV 유료채널요금이 자동이체 되고 있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그동안 빠져 나간 금액은 무려 50만원에 달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이 씨는 바로 남인천방송에 항의했으나 “신청했으니 요금이 부과된 것”이라는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
이 씨는 “신청한 기억도 없지만 지로용지나 이메일로 고지해 주었다면 이렇게 피해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남인천방송 관계자는 “지로용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피해자 손실의 50%를 보상할 계획이며 그 이상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난해 9월부터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요금수령을 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