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휘동 청호그룹 회장<사진>이 잔뼈가 굵은 인재를 잃은 이후 실무 사령탑의 공백과 그로인한 둔화된 성장세로 진땀을 빼고 있다.
주력사인 청호나이스를 떠받치던 인재들이 떠났지만 후임자를 쉽사리 구하지 못한 리더십 공백과 함께 최근 세무청탁과 금품로비 의혹으로 강도높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기업이미지까지 바닥으로 실추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지난 20여년간 급팽창한 정수기 시장의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해 시장 점유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터진 악재라서 정회장이 이를 제대로 극복해 낼수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호나이스는 한때 정수기 시장점유율이 30%에 육박했지만 3분의1 토막이 난지 오래됐다. 업계 2위라고는 하지만 시장 점유률이 10%대에 불과해 60%에 달하는 웅진코웨이에 비해서는 초라하기 이를데 없는 위상이다.
그나마 한국암웨이, 동양매직, LG전자, 교원L&C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2위 자리마저 장담할수없는 실정이다.
청호나이스의 위상이 이처럼 추락한 것은 정 회장의 오른팔, 왼팔 역할을 맡았던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나간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13년간 오른팔이었던 황종대 청호나이스 부회장이 떠난 공백이 영향이 컸다.
황 부회장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15년간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1995년 청호나이스 부사장으로 스카웃 됐고, 이듬해 바로 사장으로 승진했다.
얼음정수기 등 청호나이스의 히트상품은 황 부회장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중소업체에 불과했던 청호나이스를 대기업으로 키우는데 황 부회장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황 부회장은 지난 2008년 홀연히 청호나이스를 떠났다. 그해 7월 삼성 출신의 이용우 청호나이스 사장이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취임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사직서를 제출했다.
철저한 성과주의 경영스타일로 유명한 정 회장이 못마땅해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정 회장은 3개월 가까이 신임 사장을 구하지 못해 얼음정수기 마케팅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실무 사령탑의 불안정은 곧바로 실적에 반영됐다.
2007년 51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은 황 부회장이 떠난 2008년도에 29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률도 5.87%로 0.48%p 증가하는데 그치는 등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정 회장은 5년 전에도 애지중지 했던 영업통을 잃고 고전했었다.
웅진그룹에서 15년간 영업통으로 활동하던 손모 사장을 스카웃 했지만 불과 8년만에 손사장은 영업조직을 모두 이끌고 웅진으로 복귀했다. 손 사장은 청호나이스, 청호나이스화장품, 청호테크, 청호디지탈 등에서 대표이사를 8년 동안 지냈다.
당시 손 사장은 함께 일하던 동료까지 끌고 나가 청호그룹의 기둥이 흔들릴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2003년에는 영업이익이 96억원(2002년)에서 42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손실액은 72억원(2002년)에서 -31억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정 회장은 손 사장이 나가고 4년 뒤에야 정수기 등의 사후서비스(AS) 및 유통 전문횟인 CE(씨이)를 설립했다. 지난해부터는 이석호 사장의 총괄 속에서 정수기 등의 대리점 판매로 영업경로를 다양화시켰다.
검찰수사도 정회장을 옥죄고 있다. 여름철 주력제품인 얼음 정수기가 최고 성수기를 맞고 있지만 김영편입학원의 비자금 은닉처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까지 받아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한해 실적을 좌지하는 여름철 영업마저 실기할수있는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하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회장이 올 여름 위기를 극복하고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