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병원 혹은 콘도와 같이 거액의 선금을 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업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계약 이행을 거부한다면?
사업자의 사정으로 인해 청약을 철회하는 경우라면 잔여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정상적인 영업을 포기한 업체거나 더 이상 사업자와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라면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학원이나 헬스클럽, 숙박시설, 병원 등의 폐업 혹은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피해 제보가 잇달아 접수되고 있다. 심지어 허위로 사업자등록번호를 기재해놓고는 버젓이 운영해온 인터넷쇼핑몰이 적발되기도 했다.
일단, 사업주가 변경됐을 경우 소비자는 이전 사업주가 신규 사업주에게 기존 고객에 대한 책임을 이관했는지 등 계약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현행 할부 거래법상 20만 원 이상의 금액을 2개월 이상 3회 이상 나누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업체가 부도나거나 폐업하더라도 지급하지 않은 대금은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항변권 행사가 가능하다.
신용카드 영수증 뒷면의 항변권 요청서를 활용해 요청일, 상품 구매일자ㆍ장소, 구매 품목, 금액, 요청 사유, 회원 번호, 성명 등 구입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사항을 기재해 신용카드사로 발송하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
◆ 회사 내부 사정으로 서비스 거부? “어쩌라고~”
14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사는 이 모(남.50세)씨는 지난 2006년 구입 후 10년 간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연호콘도 무료회원권’을 95만원에 구입했다 낭패를 겪고 있다고 제보했다.
5년 동안 회원권을 몇 차례 이용해온 이 씨는 올해 다시 콘도를 예약하려 했지만 상담원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듣게 됐다. 사정이 생겨 더 이상 회원권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
알고 보니 당시 회원권 판매자가 본사와의 계약이 만료 된 후에도 무단으로 회원권을 팔고는 거액을 챙긴 사실이 들통 나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씨는 “정상적으로 회원권을 구입한 소비자라면 기록이 남아있을 텐데도 업체 측은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모든 거래를 거부하고 있다”며 “콘도는 버젓이 영업 중이면서, 소비자에게는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게 말이 되냐”며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연호콘도 관계자는 “잠시 사용을 보류한 것일 뿐 곧 서비스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한 것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업체는 지난해에도 소유주 변경 후 기존 회원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 6개월째 '공사중' 요가학원, 수강료 환불마저 지연
경기도 화성에 사는 이 모(여.30세)씨는 지난 1월, 청담동에 있는 P요가학원의 3개월 과정을 등록하고 45만원 상당의 수강료를 지불했다.
며칠 뒤 학원으로부터 ‘내부 인테리어 공사 관계로 2주간 영업을 중지할 것’이라는 문자를 받은 이 씨는 별 의심 없이 기다렸다.약속된 날짜가 지나도 영업을 시작하지 않아 초조해진 이 씨는 학원 측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옆 건물로 이전하게 돼, 공사가 지연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뿐이었다.
참다못한 이 씨가 수강료 환급을 요청하자, 공사가 끝난 후 돌려줄 것이라는 황당한 대답을 내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벌써 6개월이 지난 상황.
이 씨는 “학원 원장과는 통화도 안 되고, 학원 연락처도 바뀐 것 같다”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행정처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수강기간도중 학원인가 또는 등록취소, 일정기간 교습정지 등 행정처분이나 학원의 이전, 폐강, 기타 사업자의 사정으로 인한 수강불능의 경우, 잔여기간에 대한 수강료를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은 일할 계산하여 사유발생일로부터 5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입장 확인을 위해 학원 측과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는 불가능했다.
◆ 치료 중 사라져 버린 병원, 환자들 발동동
인천시 동구 화수동에 사는 지 모(여.49세)씨는 치료를 받기로 했던 피부과 병원이 사전 예고 없이 문을 닫았다며 황당해 했다.
지난 달, 지 씨는 인천에 있는 K의원에서 잡티제거 시술을 받았다. 13만원의 진료비에는 한 달 후에 재시술을 받을 수 있는 비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지 씨는 시술을 받은 후에도 얼굴에 잡티가 남아있는 것을 보고 흡족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에 다시 받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며칠 전 병원 앞을 지나가던 지 씨는 깜짝 놀랐다. 그에게 재시술을 약속했던 병원은 이미 문을 닫고, 다른 병원이 있었던 것. 심지어 새로 들어온 병원은 기존 피부과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지 씨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첫 번째 시술 후에 바로 항의를 했을 것”이라며 “병원이 치료 중인 환자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폐업하다니... 담당 의사의 연락처도 없는데 누구에게 항의해야 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동구보건소 보건행정과의 관계자는 “병원이 폐업을 해도 연락처 등의 기록이 남아 있다”며 “만약 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한 사항이 발견되면 면허정지 등의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인터넷쇼핑몰, '폐업'등록된 사업자번호로 버젓이 영업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정 모(남.29세)씨는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열흘 전 7만원 상당의 운동화를 한 켤레 구입했다.
배송이 늦어지는 것이 의심스러웠던 정 씨는 홈페이지 하단에 기재된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해보고 깜짝 놀랐다. 해당 업체는 지난 8월 18일 날짜로 ‘폐업’ 등록이 돼 있었던 것.
하지만 업체 측은 “사업자 등록 신청은 사장이 하는 것”이라며 허위 번호를 기재한 사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 씨는 “사업자등록도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운영을 하다니, 혹시 제품도 ‘짝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제품을 받은 뒤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환불 요청 하겠다”며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처음 방문하는 인터넷쇼핑몰일 경우 가급적 등록여부를 확인하고 이용해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사업자등록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사업자등록 조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