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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울리는 금융사들...금감원 '소비자보호' 외면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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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울리는 금융사들...금감원 '소비자보호' 외면 빈축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1.07.27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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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과 금융계를 중심으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를 반대해온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을 비롯, 그간 불법․편법적 행각으로 소비자를 기망했던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저축은행 부실․비리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나자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조직정비에 나섰지만 여전히 소비자보호 측면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와 소비자간 분쟁발생시 민원처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오히려 '금융사 편들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 급기야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독립조직인 '금융소비자원'을 신설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부상하자 황급히 '제 밥그릇 지키기'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등한시하는 사이 금융회사들은 불법․편법적인 수법으로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다.

은행의 경우 저금리 기조 속에 물가상승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된지 오래지만 예금금리는 제자리이거나 소폭으로 올린 대신 대출금리는 큰 폭으로 인상해 '예대마진'을 챙기는 얄팍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대마진은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로 격차가 클수록 은행의 이자수익은 늘어난다.

또한 은행들의 수수료 책정 역시 천차만별로 송금수수료와 통장․증서 재발급 수수료, 대출수수료 등 갖은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2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수수료와 이자 수입만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3~4배를 거둬들이고 있으며 투자수익은 외면하고 서민 소비자들로부터 수익을 챙기는 기형적인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량은행 2곳에서 최근 4년간 수수료 순이익만 6조원, 이자순이익으로만 39조를 기록, 두 은행이 한 해 평균 11조3천억원을 수수료 수입과 이자 수입을 챙겼다.

카드사 역시 과도한 실적경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신한․현대․KB․삼성․롯데․ 하나SK카드 등 6개 대형카드사에서 고객에게 카드를 무단 발급한 것으로 의심되는 2만 여건의 연체 내역이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 카드사는 6개월 이내 연체자 등 상환능력이 부족한 고객들에게 카드를 '묻지마식'으로 발급하거나 고객심사 기준을 위반하는 등의 위법행각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향후 금융당국으로부터 엄중한 징계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ELW 스캘퍼(초단다 매매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12개 증권사 대표이사 및 핵심임원 등 25명이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의 증권사들은 스캘퍼들에게 일반 투자자보다 빨리 ELW 주문을 체결할 수 있는 전용회선을 제공하는 등의 특혜를 주면서 3만여명에 달하는 일반투자자들이 지난 4년간 1조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증권사들이 스캘퍼와 짜고 선량한 일반투자자들의 등을 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검찰이 이들 증권사를 상대로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기까지 금융감독원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보험의 경우 다른 금융권역에 비해 민원발생률이 절대적으로 높다.

금감원의 '2010년도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자료에서도 5개 금융권역(76개사)의 지난해 민원발생 건수 7만2천169건 중 생명보험사가 1만9천870건을 차지했고 손해보험사의 경우 민원 당일처리건만 2천85건을 기록했다.

보험사와 소비자간 민원분쟁의 주요 단골메뉴는 보험모집인의 불완전 판매와 고지의무 위반 여부, 보험금 지급 거부 등이다.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된 올 상반기 금융권의 위법행위는 122건으로 이중 보험권의 경우 생보사 18개사 23건, 손보사 7개사 8건, 대리점 8개 8건, 유관기관 1건 등 총 40건의 위법사실이 드러나 과태료부과, 견책, 업무정지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렇듯 각 금융회사들이 외형확장과 실적경쟁을 위해 소비자들을 기망하는 행위가 끊이질 않으면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그간 금융소비자보호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독립조직인 '금융소비자원' 신설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월 발족된 정부 차원의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도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해 독립적인 금융소비자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역시 오는 8월 열리는 국회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국내 금융감독 체계와 관련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도입' 문제를 집중 다룰 전망이다.

반면, 금감원은 '권한축소'를 이유로 '금융소비자원' 신설에 반대하며 뒤늦게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각종 규제방안을 내놓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국을 신설해 소비자 보호관련 감시 검사를 담당토록 하고 소비자보호인력을 증원하는 한편, 지난 19일에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방안 세미나'까지 개최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권 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한국감사협회 조찬강연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금융사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금융회사 선택정보를 확대하기 위해 8월부터 금융회사별 민원건수를 그대로 공개하는 'Name & Shame 공시'를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금융계는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소비자보호를 위한다고 입만 열면 외치지만, 실제로 제도와 규정개정은 사업자보호를 위한 개정이 많고, 개정시 소비자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소비자보호'는 '공염불' 내지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질타했다.

금감원이 '제 밥그릇 지키기'에 꼼수를 부리기보다는 소비자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은행, 보험, 증권 등 주요 금융사의 인력을 데려와 관련 업무를 보게 하고 소비자 민원이 접수되면 금융회사로 바로 토스해 '알아서' 처리케 하는 관행이 해결되지 않는 한 '소비자보호'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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