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은 올해 3월 강만수 회장이 취임한 후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인수․합병(M&A)을 통해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중대 고비를 맞았었다.
특히,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영업점 수와 카드업무 부재 등으로 대등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산업은행의 강점인 투자은행(IB) 업무와 M&A 수수료 등의 비이자수익 증대로 반기 첫 1조원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산은은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실적으로 성장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향후에는 타행 수준의 금리 정책과 평창동계올림픽 정기예금 등의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수신고를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다.
또한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강화해 고액 자산가 유치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산업은행 반기 첫 1조원 달성, 비결은 비이자수익 증대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잠정)은 전년 상반기(4천110억원)보다 148.6% 증가한 1조218억원을 달성했다.
산은이 높은 실적을 보인 것은 IB업무 수수료 수입과 유가증권 관련이익 등 비이자수익이 증가했기 때문. 비이자이익은 3천591억원, 유가증권이익은 6천114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각각 8.6%와 62.4% 늘어났다.
산은은 6월말 현재 영업점이 57개로 1천여개 안팎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에 비해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듯 수신기반 취약에 따른 높은 조달금리와 카드업무 부재, 대출경쟁 심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산은은 IB 업무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파이낸스(PF), M&A, 신디케이션 수수료 등의 IB 수수료 수입 증대로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했다.
산은은 CIB(기업투자은행) 전문은행으로 투자은행 기법을 활용한 복합금융을 구조조정기업 및 중소기업에 적극 지원하면서 유가증권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또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신규부실이 크게 감소해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산은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이지수익의 비중이 크지만 산은은 비이자수익, 즉 M&A 주선과 국내 PF 등에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고 시장에서도 1위권을 보이고 있는데 이로 인한 수수료 수익이 컸고 부실 여신이 많이 줄어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22일 휠라코리아·미래에셋PEF 컨소시엄의 미국 타이틀리스트 인수와 관련, 매수자문사로서 총 인수자금 12억2천500만 달러 중 7억달러(운영자금 1억달러 포함)의 인수금융을 주선한 바 있다.
산은 관계자는 민영화 추진 계획과 관련해 "민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사안인데 우리금융지주 인수 건 이후로는 마땅한 매물이 없어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민영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B업무 특화와 수신기반 확대로 경쟁력 강화..민영화 변수될 듯
산은이 IB업무 강점을 앞세워 올 상반기에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향후 시중은행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수신기반 확대는 불가피하다.
산은은 지난 2009년 지주사 체재를 구축, 민영화 추진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정책금융공사와 분리된 후 민영화 작업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기존 국책금융기관의 틀을 벗고 내부적으로 자산건전성 등 체질개선에 주력한 결과 산업은행의 작년말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달성해 성장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수신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카드사업 진출과 해외금융사 및 외환은행 인수 등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올해에도 우리금융 인수를 통한 민영화 추진계획을 밝혔지만 산은의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와 메가뱅크(초대형은행) 추진에 거부감이 많이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산은이 당장 비용을 투입해 지점신설 등 영업망을 확대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 이미 수신기반이 확보된 다른 은행을 M&A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향후 민영화 시기와 방안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가 현재 추진 중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4개 금융공기업을 재편, 기능을 강화해 대형 국책사업을 지원할 IB로 육성하는 방안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지난 26일 투자은행 활성화를 위해 대형 IB 업무의 핵심인 프라임브로커 영업기준을 자기자본금 3조원으로 하는 방안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를 발표함에 따라 향후 산은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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