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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경영자의 독선과 기업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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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경영자의 독선과 기업의 비극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8.30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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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사회적인 이슈가 된 중소기업 사장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분이 시간이 없다고 해서 주말에 집까지 찾아갔었다.

 

강남의 유명 아파트에 내부도 호사스러웠다. 고가구 모으기가 취미인 만큼 유럽 왕실과 귀족들이 쓰던 것이라며 화려한 가구들이 즐비했다.

 

인터뷰를 하던중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허름한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부엌에서 가구와 전자제품을 끙끙거리며 이동하고 있었다.

 

인터뷰에 방해가 돼 무슨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부엌 가구를 재배치할 일이 있어 자기네 직원을 한사람 불렀다는 것이었다. 나한테 인사까지 시켰다. 명함을 보니 시장조사팀 과장이었다.

 

직원이 휴일에 회장님 집 일까지 돕냐?고 물으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직원들과 한가족처럼 지낸다’는 거였다.

 

중소. 중견기업 경영자들의 독선적이고 개념없는 경영관이 최근 연이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회사 직원을 마치 자신이 부리는 하인처럼 대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위해 직원들의 이념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전근대적인 행태들이 연이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귀뚜라미 보일러 최진민 회장은 최근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사원들에게 “빨갱이들의 행패는 표로 제압해야 한다”며 투표를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 사회적인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래도 못미더웠던지 “오세훈 시장의 황산벌 싸움 도와야” “공짜근성=거지근성”이라는 추가 글까지 올려 ‘확인사살’하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피죤 이윤재 회장의 독선 경영도 거센 사회적 저항과 조롱을 받고 있다.

 

국내 굴지의 공룡기업들이 포진한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20여년간 1위를 고수하며 선방해온 피죤이 오너 회장의 폭력성과 독선으로 말미암아 결국 위기를 맞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회장은 직원을 폭행하고 편지봉투를 뜯는 칼로 찌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직원을 슬리퍼로 때렸는다는등 내부에서의 분노가 밖으로 계속 터지고 있는 중이다.

 

이같은 행태는 특히 경영자들이 회사 직원을 옛날 하인과 별 다름없이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

 

내가 준 돈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무슨일이라도 시킬 수있는 지배적인 개념이 그 배경에 있다.

 

옛 고사성어에 계명구도(鷄鳴拘盜)란 말이 있다. 닭의 울음소리와 개의 흉내를 내는 도둑이란 말로 보잘것 없는 사람도 큰일을 이룰수 있다는 뜻이다.

 

옛날 제나라에 맹상군이란 제상이 있었다. 그는 집에 많은 식객을 거두었다. 모두 그의 집에서 하는일 없이 무위도식하니 하인과 가족들도 불평불만을 쏟아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다.

 

그는 심지어 식객들을 이끌고 이웃 진나라 소왕의 잔치에까지 갔다.

 

그곳에서 소왕의 계략에 빠져 못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 그의 식객중 한사람이 개의 흉내를 내고 또 한사람은 닭 울음소리를 내 무사히 목숨을 구하고 제나라로 돌아올 수있었다.

 

맹상군이 작은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대 경영학에서도 직원 만족 경영이 제 1의 계명에 속한다.

 

경영의 전설 잭웰치도 “나는 내 시간의 75%를 직원을 뽑고 배치하고 평가하고 보상하는데 썼다”고 말했다.

 

직원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회사들은 모두 한번쯤은 혹독한 댓가를 치뤘다. 내부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복수의 칼을 가는 직원을 통해 회사의 기밀이 외부로 유출되기 일쑤다.

 

국세청이나 사정기관의 결정적인 제보 대부분이 또한 내부에서 나온다고 한다.

 

불만족한 직원은 또 불만족한 고객을 만든다.

 

20여년간 섬유유연제 시장 1위를 지켜온 피죤은 최근 2위로 밀려났다. 불만족한 직원들이 고객들의 불만을 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에 더해 최근 아고라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사원을 개인의 노예처럼 부리는 업주가 생산하는 물품을 쓰지 않겠다"는 피죤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귀뚜라미 보일러 최진민 회장도 주민투표법 위반으로 검찰고발됐다.

 

기업 직원 직능 교육에 앞서 기업 경영자 인성교육부터 앞서야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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