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보다는 많이 약해졌지만, 요즘도 아들 선호사상은 꽤 되는 것 같다. 어린시절을 회상해보면 항상 명절에는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등의 묘소를 찾아다니면서 "이렇게 찾아다녀 봐야 너네들도 우리 산소를 지켜 줄 것 아니냐"고 말 하셨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남아선호사상은 아들이 나의 제사를 지내 줄 것이라는 믿음, 혹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동양세계의 뿌리깊은 문화로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끔 그런 남아선호사상이 없었으면 내가 과연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라는 질문도 해본다.
그래서 그런지 아들 낳는 법, 즉 성별선택임신에 대한 내용이 꽤 많이 돌아다닌다.
원래 남자는 유전적으로 44XY이고 여자는 44XX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유전적으로 잘 보면 Y가 하나 있던가, 아니면 X가 하나 더 있는지의 차이가 남자 여자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꽤 진행됐다.
정자 한마리가 X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Y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Y 염색체를 가진 정자만 골라낸다면 아들을 낳을 수가 있다.
이런 생각으로 초기에 막투과법(membrane permeation)이라는 방식으로 Y라는 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분리하여 토끼의 새끼의 성을 결정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그대로 했을때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곧 잊혀졌다.
이후 X와 Y 염색체를 가진 정자들사이에는 특별한 산(acid)과 염기(base)의 차이가 있다는 것과 서로 이온이나 전해질 차이가 있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다른 사람이 연구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사라졌다.
'X와 Y의 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서로 모양이 다를 것'이라는 이론도 추후 연구결과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사라졌다. X 염색체가 Y염색체보다 더 크므로 이에 대해서 원심분리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론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현재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가장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방법으로는 새틀스 방법(Shettles method)이 있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상당히 설득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 Shettles method는 "X라는 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자궁에서 더 오래 생존해 있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느리다. Y라는 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움직이지만, 자궁에서 빨리 죽는다"라는 전제조건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여아를 임신하려면 Y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자궁에서 생존하지 못하도록 배란일 2~3일전에 부부관계를 해야 하며, 오르가즘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전제조건은 오르가즘이 질을 알칼리로 만들어 산성을 좋아하는 X염색체를 가진 정자에게 별로 좋지 않다. 즉 깊게 사정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남아를 임신하려면 반대로 깊게 사정하여 Y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가능하면 배란일에 맞추어 부부관계를 하며 오르가즘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 1992년도에 발표된 결과를 보면, 역학통계적으로도 배란이 되기 2~3일전에 부부관계를 했을때 남아가 좀 더 잘 생기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1995년도에 미국에서 221명의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총 192번의 임신 사례를 분석했더니, 배란전 6일 이내에 부부관계시 임신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배란 전후의 부부생활에 대한 기간이 남아나 여아의 임신비율에 특별한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실제 부부생활에서 언제 배란이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월경주기는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Shettles method를 따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남아를 가지기 위해서는 오르가즘을 느껴야 하는데, 언제 오르가즘이라는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사실 가능할지 궁금하다.
현재 과학적으로 선택임신을 100%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PGD)라는 방법이 있다.
부모의 유전적인 질환을 아기가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정란의 일부세포를 떼어내어 염색체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이때 X 나 Y 염색체도 확인 가능하므로 여아 혹은 남아를 인공적으로 선택 할 수가 있다.
실제로 미국 등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선택임신을 위해 이것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가지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인터넷에 보면 아들 낳는다는 의료기관부터 시작해서 비법, 까페 등이 굉장히 많다. 생각해 보면 아들을 낳을 확률은 자연적으로 절반 정도 되므로 이에 대한 장사를 하기에는 너무 쉬울 것 같다.
그렇게 당첨되기 어렵다는 로또도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사는 현실이다. 자연적으로도 절반 정도 확률이라면 동전놀이 하듯이 해도 절반의 확률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들 낳기를 바라는 사람들 중 절반은 해결해 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도움말=어비뇨기과 두진경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