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20곳이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증권업계의 도덕적 해이 비난이 또 다시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부당이득 논란을 빚은데 이어 최근 채권 금리 담합 논란에 다시 휩싸이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관행적인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달 말 9명의 공정거래 위원들과 증권사 사장 등이 전원회의를 갖고 증권사의 소액채권 금리 담합 조사에 따른 과징금 부과 및 제재 정도를 논의한 뒤 11월 초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등 국내 20개 증권사들이 지난 2004년 3월부터 7년 여간 채권 금리를 높게 결정되도록 입을 맞췄다는 내용이 골자다. 회의 결과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거래규모가 많은 삼성증권 등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대상 증권사는 삼성증권,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동양증권, 대신증권,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NH농협증권, 하나대투증권, 신한금융투자증권, SK증권, 유화증권, 부국증권, 한화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솔로몬투자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20개사다.
소액채권은 국민주택채권 1․2종, 지역개발채권, 서울․지방도시철도채권이 포함되는데 이용자들이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매입했다가 되판다. 되파는 소액채권은 24개 매수 전담 증권사가 사들이는데 매입가격은 한국거래소에 매일 제출하는 신고 시장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24개 증권사들의 금리를 산술 평균한 금리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금리를 합의했다는 것. 해당 증권사들이 신고 시장금리를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채권금리가 높아지면 채권가격이 낮아지는데 채권가격이 낮아지면 증권사는 낮은 금액으로 채권을 사들일 수 있다. 특히 소액채권 매매시 시장금리(시장가격)와 신고시장금리(신고시장가격)간의 차이를 확대하면 손실을 만회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를 높인 것으로 공정위는 분석하고 있다.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정보교환 및 합의서 등 어떤 형태로든 같이 움직이기로 한 것을 담합으로 규정하는 만큼 담합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고시장금리의 제도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매년 매수전담증권사 지정평가를 실시하는데 증권사가 제출한 신고금리와 24개 증권사들의 금리를 산술 평균한 금리간 차이가 클 경우 감점한다. 평가 요소로 점수에 반영되는데다 감점이 지속될 경우 매수전담증권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부터 민간채권평가사의 수익률과의 차이를 비교해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행적인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이은 시련으로 이미지 추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증권사 소액채권 담합 조사로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감원과의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과거 생명보험사의 이율담합 조사와 변액보험 담합조사에 이어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여 조사영역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사전 협의 없이 조사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공정위는 카르텔의 전속 조사권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에서 하이투자증권, HMC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동부증권은 제외됐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