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충북 청원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는 홈쇼핑을 통해 렌탈한 D사 정수기의 물 맛과 냄새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새 기기에서 나는 일시적인 증상인가 싶어 참고 사용했다.
하지만 보름 이상 지나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AS를 요청한 결과 '제품 이상'으로 판명됐다. 새 제품으로의 교환을 제안 받았지만 김 씨는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
김 씨는 그동안 마신 물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상 제품에서 걸려진 물을 마신 것이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음에도 업체 측은 정수기 교환만 선심쓰듯 제안한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 객관적 자료를 얻기 위해 '외부 수질 검사'를 의뢰하려 해도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사례 2= 경북 구미에 사는 김 모(여)씨는 1년간 사용해 온 L사 정수기의 물 맛이 변해 고충을 겪고 있다.
얼마전부터 약간 비린맛이 나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정도가 심해진 것. 필터 교체 후 잠시 나아지는 듯 싶더니 며칠 만에 다시 상태는 같아졌다.
업체 측은 자체 수질검사 결과를 통해 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씨는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믿을 수 있는 수질 검사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사례 3= 서울 상계동의 이 모(여)씨는 제조사와 외부 기관의 수질검사 결과가 달랐다며 황당해했다.
1년간 사용하던 C사 정수기 물탱크에서 녹때를 발견한 이 씨는 아무래도 미덥지 못해 외부 기관에 수질검사를 맡겼다. 업체 측도 자체 수질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해갔다고.
며칠 후 나온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대장균과 일반 세균 항목에서 부적합 판정'이라는 외부 기관 검사 결과와 달리 제조사 측은 대장균 등 항목은 제외한 채 정상 판정을 내린 것.
이 씨는 "제조사만 믿었다면 '정상 판정'으로 위약금을 내고 해약하거나 균이 버글대는 물을 계속 마셨어야 했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정수기 수질 문제를 두고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없어 제조사와의 분쟁 해결 역시 쉽지 않다.
소비자는 매번 '정상 판정'을 내리는 제조사의 자체 수질 검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 제조사는 '이용자 개인차'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수기가 건강을 위해 선택하는 기능성 제품인 만큼 수질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높아만 지고 있다.
외부 기관을 통해 객관적인 결과를 확인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수십만원의 비용 탓에 엄두를 내기 힘들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 범위는 위약금을 부담하고 계약해지를 하거나 찜찜함을 참으며 계속 물을 마시는 것 뿐이다.
◈ 수질검사, 비용 천차만별에 절차 까다로워 엄두도 못 내
지방 환경청 지정 '먹는 물 수질검사 기관'은 71곳(2012년 기준)으로 상하수도사업소와 같은 공공기관부터 산학 협력 연구기관, 사설 연구소 등 종류도 다양하다.
공인 검사 기관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미생물분야 2명, 이화학분야 4명 등 전문 연구원과 실험실과 멸균실과 같은 실험공간 그리고 멸균기, 현미경 등 실험도구를 갖춰야 한다.
조사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물 맛' 감별만 하는 단순 검사의 경우 최저 900원을 받는 곳도 있었지만 '먹는 물 수질 기준'에 의거해 기본 58개 항목 모두를 검사할 경우 기관 별로 30만3천500원에서 최대 74만4천원(부가세 별도)까지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검사 기간도 최소 5일에서 최대 2~3주까지 소요된다. 특히 검사 시료를 기관에서 직접 채취해 가져가는 경우보다 소비자가 직접 채취해 기관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물질이 아닌 물의 '맛'과 '냄새' 역시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 파악을 위해 정밀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결국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실정.
최근 일부 지자체 소속 맑은물 사업소에서 무료 방문 수질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조사항목이 6~7개로 제한되어 있어 관련 분쟁 발생시 공신력 있는 조사결과로 채택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 관련 규정 없어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정수기 사용 중 수질 이상 및 이물질 발견이 2차례 이상 발생시 제품 교환 또는 위약금 없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질의 맛과 냄새는 검사 상으로도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실제 '개인차'로 치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질적 횟수에 포함되기 어렵다.
민원 사례가 '위약금 납부 후 계약 해지' 혹은 '업체 측의 환불 조치' 등 케이스별로 결과가 다른 것도 분쟁 해결에 필요한 객관적 지표가 없기 때문.
관련 부처인 환경부 관계자는 "정수기 제조시 문제가 있어 정수기의 품질 상 하자가 발생하면 법적으로 소비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소비자가 물의 맛, 냄새 등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엔 애매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애초에 정수기로 유입되는 물은 수질 기준을 통과한 물이 들어간 것이고 정수된 물의 이상 여부는 정수기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맛, 냄새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법적으로 제재하긴 쉽지 않다는 것.
일선 정수기 업체들도 해당 문제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없어 처리를 하는데 애로 사항이 있다고 호소했다. 물 맛, 냄새 등은 이용자의 주관적인 기호와 판단에 의해 호불호가 달라질 수 있고 실제 문제 해결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전문업체 관계자는 "기기 상의 문제로 맛이나 냄새 등이 달라졌다면 바로 조치가 가능하지만 확인되는 원인 없이 고객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업체 역시 입장이 곤란하다"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관련 규정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처리 과정에서 많은 진통을 겪는 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수질 뿐 아니라 ▶필터교체 등 부실AS ▶렌탈 계약 문제 등으로 코웨이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LG헬스케어 린나이 한국암웨이 앨트웰 등 업체 관련 매달 30~40건에 육박하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