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가전제품 소비전력 등급 대혼란..유리한 등급으로 멋대로 표기
상태바
가전제품 소비전력 등급 대혼란..유리한 등급으로 멋대로 표기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3.09.17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전제품 구입 시 소비자들의 중요 고려사항 중 하나가 바로 '소비전력'이다. 수 년간 사용하는 제품인만큼 초기 구입가보다 매달 청구되는 전기요금 부담을 따지기 때문.

하지만 지난해 11월  변경된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유통 경로에 따라 들쑥날쑥하게 적용돼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새 기준이 적용된 신제품과 적용되지 않은 구 제품에 대한 구별이 없는 데다 업체들마저  엉뚱한 내용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입 당시와 제품을 받았을 때 등급이 다르거나 온라인몰이나 홈쇼핑 방송 시 광고된  등급이 다른 경우 제품사용설명서에 등급이 잘못 표기되는 등 갖가지 오류가 속출하고 있다..

◆ TV 홈쇼핑 방송 중 등급 안내 두고 '생방송 vs 지난 방송'

17일 전남 목포시 용해동에 사는 허 모(여)씨는 지난 달 20일 홈쇼핑 채널에서 양문형 냉장고를 약 100만원에 구입했다.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신제품이라는 쇼호스트의 설명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는 허 씨.

하지만 일주일 뒤 도착한 냉장고에는 에너지소비효율 3등급이 표시된 라벨이 떡 하니 붙여져 있었다. 당황한 허 씨가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해당 날짜 방송분을 돌려봤지만 분명 1등급으로 광고하고 있었기에 업체 측에 항의했다.

그러나 업체에선 되레 다른 방송을 본 것 아니냐는 핀잔이 이어졌고 최근엔 업체 홈페이지에서 해당 날짜 방송분이 임의 삭제돼 버렸다.

그는 "방송 당시 1등급이라 광고한 캡쳐 사진도 있고 다양한 수단으로 증명하고 있는데 업체는 무조건 제대로 된 표기를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홈쇼핑 관계자는 "허 씨가 주장하는 바는 지난 12월 방송분을 보고 1등급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생방송 당시에는 분명 3등급으로 내용이 나간 것이 확실하다"고 답했다.

반면 허 씨는 "생방송 광고 내용을 보고 생방송 도중에 구입했다는 카드 온라인 영수증도 있는데 오리발이다"라고 기막혀했다.

◆ 최신형 1등급 냉장고 받아보니 3등급인데 전기 요금 같다고?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지 모(남)씨는 지난 12월 말 한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850리터 냉장고 한 대를 170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며칠 뒤 집으로 배송된 제품을 보고 놀란 지 씨. 구입 당시 꼼꼼치 챙겨봤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기존 1등급이 아닌 무려 2단계 낮은 3등급 라벨이 붙어 있었던 것. 

제조사에 자초지종을 묻자 "지난 해 12월 1일부로 바뀐 냉장고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제에 따라 등급이 2단계 내려갔는데 쇼핑몰 사업자가 고지하지 않은 것 같다"는 회신을 받았다. 등급만 내려갔을 뿐 실질적인 전력소비량엔 변동이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지 씨는 "제조사가 최근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기준이 변경된 것을 자사 대리점에만 알려 인터넷 쇼핑몰에는 이 사실을 아는 사업자가 거의 없었다"며 답답해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라벨을 일괄 교체하고 있는데 인터넷 개인사업자 같은 경우 물건 파악이 어려워 100% 교체엔 한계가 있다"면서 "다만 등급이 변경돼도 소비전력 자체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기준 순차적으로 변경, 기준 혼동으로 소비자 불편

지난 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정용 냉장고, TV, 세탁기, 전기밥솥 등 주요 가전 제품의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효율관리 기자재 운용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적용키로  결정했다.

당시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 비율은 전기밥솥 38%, 전기세탁기 40%, 김치냉장고 61%, TV는 무려 91%에 달해 실질적으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등급 비율을 5~10% 이내로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 해 12월 가정용 냉장고를 시작으로 올해 1월엔 TV, 밥솥, 에어컨, 보일러를 4월엔 김치냉장고, 세탁기의 등급 기준을 변경했다. 6월엔 상업용 전기냉장고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기준이 대폭 강화돼 상당수 가전 제품 등급이 1~2단계씩 하락했다.


▲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기준 강화 주요 대상 제품.


이에 따라 새로운 기준의 1등급 가전이 제조사별로 경쟁적으로 출시돼 에너지 절감 기술 향상을 유도한 정부의 의도가 어느정도 적중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변경된 기준을 반영하지 못한 기존 제품과 새 제품간 등급 혼란이 적지 않은 것. 특히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고품이 다량 판매되는 온라인 몰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제조사들 역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 사례 대부분이 등급 변경 과도기에 제작, 판매 된 제품이었고 현재는 대부분 소진됐지만  온라인 몰의 오래된 재고품까지 모두 반영하기엔  여력이 없다는 것.

 

전자 업체 관계자는 "자사 유통망과 홈쇼핑, 온라인 몰 등 이미 유통된 제품에 일일히 새 기준에 맞는 라벨을 부착하는 등 수정 작업을 하고 있지만 워낙 제품 수가 많아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쇼핑몰은 미비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규제도 미비한 편이다. 잘못된 상품 정보를 등록한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오픈마켓이나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가 표시항목 미비 혹은 잘못된 정보를 올려도 시정조치 혹은 100만원 미만의 과태료 부과에 불과하다. 이를 중개하는 중개사이트에 대한 별도 처벌은 없다.

결국 소비자들이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는 현실적인 방법은 제조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제품 사양과 구매하고자 하는 모델을 비교해 일치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온라인몰등이 새 에너지 등급 기준 대응에 소극적이고 잘못된 정보를 보고 구입하더라도 '미안하다' 한 마디면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면서 "소비자들은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의 모델명을 각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 후 일치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