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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오류로 사라진 120만 원어치 아이템, 보상은 '복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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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오류로 사라진 120만 원어치 아이템, 보상은 '복불복'
'게임회사 과실' 사실 인정돼도 흔적 없으면 보상안돼 이용자 '발동동'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4.02.2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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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의 시스템 오류 발생시 소비자 피해 구제 방식이 지나치게 업체 편의 위주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게임 관련 소비자 불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해킹 피해'는 전상망 관리에 대한 업체 책임론과 개인 정보관리를 소홀히 한 이용자 과실을 두고 충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시스템 오류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게임사의 과실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 비교적 책임 소재를 따지기 쉽다.

그러나 피해 발생 시 해킹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소비자가만드는신문에 접수된 게임사 시스템 오류 관련 제보 30여 건 역시 자사 약관을 근거로 피해 보상을 미뤄 보상 기일까지 오매불망 기다리게하거나 혹은 소액의 자사 게임 머니를 지급하는 것으로 서둘러 마무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게임사 버그로 날아간 120만 원어치 아이템, 쥐꼬리 게임머니로 대체?

평소 게임빌 '제노니아 온라인'을 즐겨했다는 광주 북구 임동에 사는 정 모(남)씨. 지난 설날 연휴 게임에 접속한 정 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 전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계정을 도용한 흔적도 없어 게임사에 도움을 청했지만 "아이템이 이미 삭제돼 아이템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게임 화폐 6천만 골드(2월 16일 기준 현금 6~7천원 가량)를 제공한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게임 시스템 상 오류를 뜻하는 '버그'로 인한 피해로 추정됐지만 120만 원 가량 됐던 보유 아이템 보상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개인정보 유출 과실이나 해킹이 아닌 게임사 측 문제로 아이템이 도난 당한 것임에도 터무니없는 보상을 받게 된 정 씨는 지속적으로 항의했지만 "재차 검토했지만 피해자 모두에게 동일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게임사 측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는 "게임사 시스템 오류로 120만원을 들인 아이템이 하루아침에 날아간 것도 억울한데 석연치 않은 보상판정에 억울해 미칠 지경"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게임빌 관계자는 "RPG게임 (역할 수행 게임) 특성상 원인 파악에 시간이 걸렸던 것이지 보상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라며 "데이터베이스 오류로 추정되는 문제였고 현재는 정 씨의 아이템 복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 먹통된 게임 구입비 환불, 게임사 약관에 막혀 '하세월'

전북 전주시 진북동에 사는 손 모(남)씨는 지난 설명절 연휴기간에 이용하고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 묶음 상품'을 5만7천 원에 구입했다.

설치 직후부터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경매장'이 실행되지 않아 게임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운영사에서는 결제가 확인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설치 6일째가 지나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아 환불 신청을 했지만 그마저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업체 측은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환불은 불가능하다'며 무작정 기다릴 것을 안내했고 결국 결제 10일 째가 되서야 환불을 받았다.

업체 측의 독단적 결정과 막연한 기다림에 손 씨는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측은 "결제 정보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결제가 확인돼야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며 공식 사과했다.

◆ 시스템상 흔적 유무가 보상의 쟁점...'셀프 복구'등 서비스 개선 중

주요 온라인 주력 게임사(넥슨코리아,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등)와 모바일 주력 게임사(게임빌, 컴투스 등)들은 시스템 오류로 인해 문제 발생 시 시스템 복원을 통해 피해 사용자의 아이템, 게임 화폐를 복구시키고 있다.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버그가 발생한 시점 전까지 게임 데이터 전체를 원상 복구하는 '롤백'을 하기도 하지만 정상 이용자의 데이터에도 영향이 미치는 탓에 적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귀책 사유가 아님에도 보상도 미루거나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일방적으로 '복구 불가능'을 통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데 있다.

문제 발생 후 고객센터로 도움을 요청해도 "게임사 데이터 저장기간이 지나 접속기록이나 아이템 보유 흔적이 사라져 보상을 해줄 수 없다"거나 "정확한 피해 금액을 알 수 없으니 게임 화폐 지급한다"며 쥐꼬리 보상을 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게임사들은 시스템 상으로 흔적이 없을 경우 정확한 보상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도난사고를 당했는데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찾아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하지만 게임마다 정책이 달라 '정책을 이렇게 적용하고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아이템 복구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일부 업체에서는 시스템 상 오류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실수로 아이템을 분실하더라도 이전 상태로 복구할 수 있도록 '복구 기준표'를 만들어 복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게다가 구제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보완해 이용자 스스로가 복구시킬 수 있는 '셀프 복구'까지 구축하는 등 이용자 우선의 정책을 펼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악용하는 일부 이용자들에 대한 대응책은 게임업체들이 풀어야 할 고민거리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대응 체계가 잘 갖춰진 대형 게임사를 제외하고는 이와 같은 문제에 자유로운 곳은 없을 것"이라며 "일부 악덕 이용자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업체 편의 약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게임사가 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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