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비효율성과 관리소홀을 이유로 소규모 펀드(자투리 펀드)를 정리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소규모 펀드 수와 비중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국내 23개 생보사 가운데 전년도에 비해 소규모 펀드 비중이 줄어든 곳은 단 4곳에 불과했다.
소규모 펀드가 가장 많은 생보사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대표 쟝 크리스토프 다베스)이었고 소규모 펀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생명(대표 권오훈)이었다.

소규모 펀드는 최초 발행 후 1년이 지난 뒤 순자산액이 50억 원 미만인 펀드를 말하는데 변액보험 펀드는 보험료가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중대형 펀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최초 발행 후 3년으로 판단하고 있다.
3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변액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23개 생보사의 변액보험 펀드 수는 1천207개로 그 중 소규모 펀드는 285개였다. 전체 변액보험 펀드 대비 소규모 펀드 비중은 23.6%를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3.2% 포인트 상승했다. 소규모 펀드 수도 같은 기간 225개에서 285개로 26.7% 증가했다.
소규모 펀드가 가장 많은 생보사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으로 전체 생보사 소규모 펀드의 4분의 1에 달하는 72개였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전체 변액보험 펀드도 223개로 가장 많았다.
BNP파리바생명 관계자는 "타 사와 달리 ELS(주가연계증권)에 투자하는 상품 비중이 높은데 매월 발행하는 ELS 특성상 펀드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도 펀드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생명이 34개의 소규모 펀드를 보유 중이었고 미래에셋생명(부회장 하만덕), 알리안츠생명(대표 요스 라우어리어), KB생명(대표 신용길) 순으로 소규모 펀드가 많았다.
생보사 중에서 전년 동기대비 소규모 펀드가 감소한 생보사는 미래에셋생명(2개), 처브라이프생명·동부생명·메트라이프생명(이상 1개) 등 4개 사에 불과했고 다수 생보사가 소폭 증가했다. 특히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23개나 늘었고 하나생명도 14개 증가했다.

특히 하나생명은 2013년 12월 이후 신규 판매한 변액보험펀드가 없었는데 2012년과 2013년에 선보인 국내채권혼합형과 주식형 펀드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2년 동안 선보인 변액보험 펀드는 18개로 전체 변액보험 펀드의 36%를 차지했다.
하나생명 측은 현재 변액보험이 신규상품 없이 기존 상품을 유지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소규모 펀드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변액보험의 경우 설계사와 하나은행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판매했는데 최근 2~3년 간 신규 상품이 없어 타 사 대비 소규모 펀드 비중이 높다"면서 "소규모 펀드 정리 작업을 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쉽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교보생명(회장 신창재)는 50개 변액보험 펀드 중 단 1개만 소규모 펀드에 속했고 푸르덴셜생명(대표 커티스 장)과 메트라이프생명(대표 데미언 그린)도 소규모 펀드 비중이 낮았다. 삼성생명(대표 김창수)도 75개 변액보험 펀드 중 6개만 소규모 펀드여서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편 생보사 소규모 펀드가 갈수록 늘자 금융당국도 고심중이다. 지난 2013년 생보사에 소규모펀드 자율 정리를 권고하는 등 개별 생보사에 소규모 펀드 정리를 권고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금융당국 차원에서 강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 공모펀드는 해지 후 적립금을 돌려주면 되지만 변액보험 펀드는 보험계약과도 연결돼있어 펀드 해지 시 보험계약 효력을 보장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실적으로 각 생보사에서 계약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생보사들도 멀쩡한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무리하게 타 상품으로 안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보험사의 권고로 다른 펀드로 갈아탔다가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민원 발생 소지도 다분하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소규모 펀드를 정리하려면 전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해당 펀드를 폐쇄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고객의 선택권 문제이다보니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이슈가 아니고 보험사 추천으로 상품을 옮긴 뒤 손해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