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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담만 해도 준다는 '가전제품 선물' 위법소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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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담만 해도 준다는 '가전제품 선물' 위법소지 없나?
'3만 원 기준 혼란...법적용도 사각지대
  • 박유진 기자 rorisang@csnews.co.kr
  • 승인 2017.08.28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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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채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험광고 멘트다. 7분 동안 보험 상담만 해도 믹서기, 전기오븐, 에어써큘레이터, 진공 청소기, 여행용 캐리어 등을 준다는 내용이다.

상담만으로 고가의 상품이 지급된다는데 '모든 상품의 가격은 보험업 감독규정상 3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3만 원을 초과하면 안 되는 이들 품목이 실제로 그 가격에 구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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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지난 15일 GS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3사가 지난 4~14일까지 방송한 모든 보험 방송을 직접 모니터링했다.

이 기간 홈쇼핑 3사는 동부화재, 현대해상, 롯데손보, 라이나생명, 신한생명, KB손보, 흥국화재, AIA생명, 동양생명, 에이스손해보험(처브라이프) 등의 상품을 광고했다. 대부분의 경우 제공되는 사은품의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3만 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인터넷 검색 최저가 기준 10만 원이 넘는 중저가 가전제품도 포함돼 있었고 롯데홈쇼핑이 14일 광고한 '원형 대접시' 1개만 유일하게 3만 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우 보험업법상 '특별이익 제공 금지 의무'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처벌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특익 제공 금지 의무 조항에 따르면 보험 모집인은 고객에게 보험계약 체결 시로부터 최초 1년간 납입되는 보험료의 100분의 10과 3만원 중 적은 금액의 금품만을 지급할 수 있다.

이는 보험 모집인들의 과당 경쟁을 막고자 생겨난 규정이다. 그러나 홈쇼핑 광고처럼 '상담을 목적으로 한 사은품 지급의 경우'에는 법령 적용이 되지 않아 3만 원을 초과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상품 지급이 계약 체결을 빌미로 한 '리베이트'가 아닌 마케팅 차원의 개인정보 활용 이벤트라 법령을 적용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입 상담 때 홈쇼핑에 알려주는 개인정보가 사실상 경품의 대가라는 것.

금융당국 또한 '특익 제공 금지 의무' 조항이 불명확해 법적용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령에는 보험 계약 체결 시를 기준으로 고가의 상품을 지급하면 안된다고 명시돼 있어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영업 행태가 모집 질서를 흐트릴 수 있는 지도 함께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보험업법 교묘히 피해간 영업…납품단가 꼼수로 10만 원 제품 마구 증정

설령 법 조항이 적용된다 해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사은품의 가격 기준이 '시장 유통가'인지 '납품가'인지에 대한 해석 차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놓고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판단은 오락가락중이다. 금융당국은 '시가' 개념이 맞다고 주장한 반면 보험업계와 홈쇼핑대리점은 '납품가'를 기준으로 사은품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제품 중에는 시장 가격 측정이 어렵거나 오픈마켓에 공개되지 않은 상품이 많기 때문에 전 사은품의 납품가를 증빙 자료로 받아 심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시장 가격을 통해 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면서 "다만 물 한통을 사도 마트와 편의점, 슈퍼 등의 판매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시가의 개념을 정립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 경우 '납품가'를 기준으로 사은품을 지급하다 보니 10만 원짜리 상품도 버젓이 제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가의 상품이라도 대량 구매 시 업체와 협의하면 납품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홈쇼핑 채널이 증정하는 사은품의 제조사 및 수입원들과 납품가격을 협상한 결과 일부 품목의 경우 75%까지 할인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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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A사의 에이써큘레이터 상품의 경우 인터넷 최저가 기준 9만4천50원이었지만 대량 발주 시 2만 4천 원까지 할인이 가능했다.

이 외에 착즙기, 20인치 여행용 캐리어 등도 물품 수량, 일괄배송 등 개별 협상에 따라 상품 할인폭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홈쇼핑사 관계자는 "납품가를 기준으로 3만 원 초과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면서 "사은품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대부분 경품 납품 업체가 많아 별도의 계약을 체결한 뒤 단가를 낮춰 싸게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은품 제공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하지만 영업 경쟁을 과열시킬 수 있어 명확한 법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한 대형 생명보험사의 설계사 또한 보험 가입 체결 때 수십만 원 상당의 병원 무료건강검진권을 싼값에 사들여 소비자에게 제공했다가 보험업법 위반이냐를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납품가를 기준으로 놓고 따지는 게 더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라면서 "대신 상품 가격을 과대 자랑하면서 소비자들을 현혹 시킬 경우는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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