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진영은 ‘인텔-BMW’과 ‘엔비디아-벤츠’ 연합으로 양분된 상황이다. 인텔-BMW 연합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모빌아이, 델파이, 컨티넨탈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벤츠를 비롯해 토요타, 포드, 아우디, 볼보, 테슬라, 보쉬, 오토리브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현대차 역시 최근 엔비디아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내장형 운영체제를 내년부터 딥러닝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다른 제조사와 달리 제휴로까지 나아가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앞서 지난달 12일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음성인식 기술과 관련해 제휴 업체를 정하지 않고 서버형 음석인식 기술을 자체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음성인식 서버 구축 등 기술 전반을 직접 담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독자 노선 고수에 대해 업계는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기술 주도권이 ICT 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상황 판단과 차량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기술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점차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주도권이 ICT 업체로 넘어갈 수 있는데 현대차는 이를 경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인텔? 엔비디아?…현대차 자율주행 기술 동맹 어디로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제휴가 거스를 수 없는 수순이라는 예측이다. 폭스바겐, 볼보 등 글로벌 차량 제조사들이 개발 속도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해 제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차그룹의 행보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암논 사슈아 모빌아이 CEO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협력 확대와 인텔과의 제휴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지난 8월 약 17조원에 모빌아이를 인수했는데, 암논 사슈아 CEO는 인텔과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통합 조직을 이끌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협력 업체를 인텔로 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고 이후 지난 5월 이스라엘에서 사슈아 모빌아이 CEO를 만난 바 있다. 하지만 국내를 직접 방문한 것은 사슈아 CEO가 처음이다.
ACM은 자율주행 연구 인프라와 제품 개발 주행 시설 등을 갖춘 연면적 약 61만평(약 200만m²) 규모의 연구단지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12월말 1단계 시설 공사가 완료되며, 2019년말 최종 완공 예정이다.
이곳에는 각종 주행 상황, 기후 환경 등 시험 평가, 재현 실험을 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또한 V2X, 4G/5G, DSRC(근거리전용무선통신), GPS, 위치추적 등 첨단 IT 기술 기반의 통신 네트워크 환경도 구축된다.
현대차그룹은 ACM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술 검증, ADAS 로직 평가, V2X 알고리즘 개발 등을 통해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카 분야의 기술적 완성도 및 신뢰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는 ACM 참여가 확정된 토요타, 포드, AT&T 등 타 업체들과의 기술 교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토요타, 포드 등이 엔비디아 진영에 속한 차량 제조사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는 자율주행, 커넥티드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미래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혁신 기술의 메카인 미국 현지에서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카 분야 핵심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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