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투자증권의 경영권을 놓고 최대주주인 권성문 회장과 구원투수로 영입된 이병철 부회장 간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권 회장의 자사주 지분 1천324만4천956주를 매입하는 계약이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권 회장이 자신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지분 대다수를 넘기는 데 반발하고 있다. 권 회장 측은 이 부회장이 행사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권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고 앞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 구원투수 이 부회장은 승승장구... 구설수 오른 권 회장 경영권 위협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초부터 KTB투자증권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해 그 해 3월 지분율 5%를 넘기면서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당시 실적부진이 이어졌던 KTB투자증권에 권 회장은 '부동산의 귀재'로 손꼽히던 이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전략 영입했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이 부회장은 2016년 4월 권 회장과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하고 다올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한 뒤 그해 7월 KTB투자증권에 합류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동경영체제 구축 당시 이 부회장은 권 회장과 상호간 양도 제한 및 우선매수권 등의 권리를 갖고 각각 이사추천권을 가지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KTB금융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맡고 교보증권 출신 최석종 사장이 증권부문을 맡아 회사를 이끌어 왔다. 이후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수익성 향상에 나서면서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KTB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개별재무제표 기준 2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0.8%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지분율이 16.39%로 높아졌다. 권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불과 5.57% 포인트다.
이 부회장 측은 책임경영 차원의 자사주 매입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때부터 최대주주인 권 회장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승승장구하는 이 부회장과 달리 권 회장은 지난해 8월 개인회사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9월에는 배임·횡령 혐의까지 휘말렸다. 지난해 11월에는 횡령·배임 및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집무실을 압수수색 당하면서 사내 입지가 크게 축소됐다.
위기감을 느낀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11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26.55%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자 제3자를 끌어들이기로 하고 보유주식 중 일부를 제3자에게 팔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6년 4월에 맺은 계약에 따라 이 부회장 측에 지분매각 통보를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권 회장이 내놓은 자사주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권 회장 측에 통보하고 2일 주주공시로 알리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퇴진까지 고려한 권 회장의 결정에 경영권 확보가 절실했던 이 부회장이 지분 매입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당분간 두 사람간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 회장 측은 자신들의 조건에 맞는 제 3자를 이미 거론했고 이 부회장은 이미 지분매입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