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재계의 지주사 전환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데다 순환출자구조 강제 해소와 지주사 전환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 현대중공업, 효성, SK케미칼, 태광, 오리온, 크라운해태제과, 매일유업 등이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하거나 작업에 나섰다. 다양한 목적과 기대효과를 노리고 추진되고 있는 각 기업의 지주사전환작업의 배경과 효과, 남은 과제 등을 8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부터 추진된 효성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올들어 본궤도에 올랐다.
효성은 지난 3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4개 사업회사를 신설하고, 지주회사인 ㈜효성을 포함해 5개사로 회사를 분할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주사 전환으로 효성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효성은 지난해 1월 조현준 회장 취임 후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비난을 받으면서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해졌고 성격이 다른 사업부문별 독립성도 갖춰야 했다.
지난해부터 효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른 이유다.
조현준 회장 등 총수일가는 인적 분할로 생기는 자회사의 주식을 지주사 주식과 교환해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 했다. 하지만 총수일가의 비자금 조성,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 당국의 압박에 지주사 전환은 지연됐다.
현재 ㈜효성 최대주주는 조현준 회장으로 14.27%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조 회장의 동생인 조현상 효성 사장이 12.21%, 아버지인 조석래 전 회장이 10.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대주주는 이번 인적 분할로 새롭게 출범하는 4개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 출자해 지주사 신주를 배정받는다. 이럴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남은 문제는 많다. ‘그룹 내 그룹’으로 불렸던 갤럭시아그룹과의 관계 정리와 효성캐피탈 지분 처리 등이다.
효성 계열사 중 갤럭시아컴즈·마이크로페이먼트·일렉트로닉스·에스엠, 트리니티에셋메니지먼트 등이 갤럭시아그룹으로 분류된다. 갤럭시아는 사실상 조현준 회장의 개인회사다. 조 회장은 갤럭시아컴즈 지분 31.80%를 보유하고 있다.
수입차 사업의 경우 조현상 사장이 지분 80.0%를 가진 부동산회사 ‘신동진’을 통해 더프리미엄효성, 더클래스효성, 효성프리미어모터스, 아승오토모티브, 효성토요타, FMK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갤럭시아그룹은 조 회장이 지배할 (주)효성 체제 안에 둘 수 있다. 하지만 조 사장이 운영하는 수입차 딜러업은 어떤 식으로든 (주)효성과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할부와 리스·대출업을 하는 효성캐피탈은 (주)효성이 지분 97.15%를 보유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금산분리에 따라 2년 내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지분 매각은 간단하다. 하지만 효성캐피탈은 노틸러스효성(현금입출금기 사업), 효성ITX(데이터 관리) 등과 사업 연속성이 크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하지만은 않다.
오너 일가가 효성캐피탈 지분을 취득해 개인 소유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3천억 원대 효성캐피탈 지분 인수비용과 지주사 체제 밖의 회사라는 시선이 부담이다.
한편 ㈜효성은 오는 4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에 대해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주총에서 가결되면 6월 1일 분할이 이뤄지고, 7월 13일 주식시장에 새로 상장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