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대 금융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16년에 비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는 역대 최초로 연간 ROE 10%를 돌파하며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농협금융지주(회장 김용환)는 가장 큰 폭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 NH농협금융지주, 우리은행(행장 손태승) 등 5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ROE 평균은 8.29%로 2016년보다 2.07%포인트 상승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순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지난해 5대 금융그룹들의 ROE가 높아진 것은 당기순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 총계는 10조6385억 원으로 2016년 7조8313억 원보다 35.8%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은행 부문의 이자 이익이 증가한 가운데 기존에 이익 개선이 주춤했던 금융투자, 자산운용, 캐피탈, 저축은행 등 비은행 부문이 약진했으며, 글로벌 부문의 성장을 통해 그룹 차원의 이익 창출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그룹별로 보면 지난해 KB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지주들 가운데 역대 최초로 ROE 10% 벽을 넘었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ROE는 10.18%로 2016년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분기에 ROE가 10%를 넘긴 적은 있지만 연간으로 10%를 넘긴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은행 이익의 회복 및 성장세에 더해 인수합병을 통한 비은행 다각화, 그룹 내 계열사 간 연계 영업을 바탕으로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B금융지주와 치열한 리딩뱅크 싸움을 벌이던 신한금융지주는 ROE가 2016년 9.15%에서 2017년 9.19%로 0.04%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 주요 은행처럼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목표로 하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회사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목표달성에 실패하고, ROE 1위자리도 KB금융지주에 넘겨줬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8.77%의 ROE를 기록하며 2016년보다 2.81%포인트 상승했고, 우리은행은 7.42%로 1.06%포인트 올랐다.
농협금융지주는 3.44%포인트 상승하며 5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ROE가 5%대에 머물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KB금융지주가 ROE 10% 벽을 넘어섰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국내 은행들의 주요 수익지표는 아직 글로벌 은행들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다. 미국 은행들의 ROE는 16% 수준이며, 중국 은행들은 19.3% 수준, 아시아권은 10%를 넘어선다. KB금융지주가 10%를 돌파했다는 것은 아직 갈길이 멀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느 정도 발을 맞추게 됐다는 의미가 된다.
올해에도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ROE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이 "KB금융의 자기 자본을 감안하면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10% 돼야 이익을 낸다고 볼 수 있다"고 밝힌 만큼, KB금융지주는 올해 리딩뱅크 자리 수성을 위해 ROE 10% 돌파에 멈추지 않고 꾸준히 수익성 증대를 노릴 방침이다.
KB금융지주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 ROE를 더 높일 수 있는 업종 또는 기업을 대상으로 M&A 또는 지분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