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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즉시연금 미지급금 환급 독려 ...보험사 '1조원 손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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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즉시연금 미지급금 환급 독려 ...보험사 '1조원 손실' 속앓이
  • 박소현 기자 soso@csnews.co.kr
  • 승인 2018.07.19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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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에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계약자에게 과소 지급했던 미지급금 환급을 독려하면서 보험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과거 금융당국이 승인한 부실 약관 때문에 발생한 문제임에도 그 책임을 보험사에게만 묻는 것은 부당하다면서도 서슬퍼런 당국 눈치만 살피고 있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납입하면 그 다음달부터 연금을 수령하다가 만기일에 냈던 보험료를 모두 돌려받는 상품이다. 그동안 보험사에서는 본래 계약자가 받았어야 할 연금월액에서 사업비등의 차감으로 부족해진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해왔다.

문제는 보험 약관에는 이 같은 공제에 대해 아무런 내용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과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에서 판매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는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제외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 보험 약관에 규정되지 않은 공제가 무단으로 이뤄져왔던 셈이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가입자가 “보험 약관에 설명되지 않은 공제는 부당하다”면서 공제액 환급을 요구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 약관에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차감한다고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환급해줘야 한다”면서 소비자 손을 들어줬다.

이후 금감원은 보험사에게 이 같은 분쟁 조정 결과를 모든 만기환금형 즉시연금 대상으로 소급 적용할 것을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았다. 결국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9일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일괄구제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대놓고 압박하는 상황까지 왔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보험상품 심사 과정에서 부실 약관을 승인해준 것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보험사에게만 큰 손해를 강요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원금 보장과 동시에 매달 공시이율에 따른 연금을 지급하는데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마저 환급해주게 되면 보험사는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현재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고스란히 보험사 손해로 남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록 즉시연금 약관에는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산출방법서에 설명했다”면서 “보험상품 출시 당시 약관과 산출방법서를 함께 제출했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반드시 손해 보는 불합리한 구조의 보험상품을 굳이 보험사가 판매하겠냐”면서 “금융당국은 해당 약관을 제출했을 당시에는 넘어갔으면서 이제와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환급해주라는 상황”이라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산출방법서에 언급됐더라도 약관에 그 내용이 없다면 보험사는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할 근거가 없다”면서 “약관에 따른 보험금 지급은 보험사와 계약자 간 약속이기 때문에 금융당국 심사 여부와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애초부터 금융당국은 약관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면서 “단순히 금융당국 심사를 거쳤기 때문에 약관상 하자가 없다는 것은 보험사 주장일 뿐”이라 일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출방법서에 이 같은 내용을 기재했더라도 정작 가장 중요한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보험사 선택”이라면서 “이를테면 약관에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언급한 NH농협생명은 일괄구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한편 직접적인 분쟁조정위원회 조정대상이었던 삼성생명은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에서 모든 가입자 대상으로 한 일괄 환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조정 대상인 한화생명의 경우 미지급금 환급에 대한 의견을 내달 10일까지 금감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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