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⑤] 분쟁조정 구속력 높일 3가지 개정안 묘수될까?
상태바
[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⑤] 분쟁조정 구속력 높일 3가지 개정안 묘수될까?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8.12.03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 소비자기본법에대한 개정논의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12월 3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가운데 주요 쟁점에 대해 기대효과와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소비자 분쟁조정제도는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 당사자인 소비자와 기업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분쟁을 해결한다는 점에선 소송과 궤를 같이하지만 변호사 선임이 필요 없고 1심만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전문가에 의한 심리가 이뤄짐으로 해당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심리가 가능하다. 소송을 주재하는 법관들은 법률 전문가이긴 하지만 해당 문제 자체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분쟁조정제도가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4년 KT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분쟁조정은 신청 이후 약 2년 4개월(872일)이 지나서야 불개시 결정됐으며 같은 해 한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분양 허위광고에 관한 건은 1년 9개월(636)이 다 돼서야 불개시 결정됐다. 앞서 2013년 CJ CGV의 영화관 멤버십 포인트 소멸 건 역시 1년 6개월(552일)이 지난 뒤 불개시 결정돼 관련 절차가 종료된 사례가 있었다. 이는 집단분쟁조정절차의 개시에 대해 특별히 시일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소비자 법의 탓이 크다.

◆ 분쟁 조정 대상 기준, 합의권고액 ‘100만 원’으로 완화 추진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에 분쟁조정제도를 보완해줄 수 있는 조항을 반영하려는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지난 3월 금태섭 의원 등 12인은 소비자분쟁위원회의 조정 대상 ‘기준’을 완화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용진 외.JPG

현행법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을 법률에 명시하지 않고 대통령령에서 ‘합의권고금액 200만 원 이상의 소비자집단분쟁’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조정이 성립된 경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사업자에게 조정절차에 참가하지 않은 소비자에 대한 보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데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소비자집단분쟁은 활용실적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소비자분쟁조정회의의 활성화 위해 권고 금액 완화하고 보상계획서 제출의무를 강제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진침대 라돈 검출 사건을 예로 들면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보상을 위해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한 바가 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사용하던 침대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발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환불 받았다”며 “하지만 그 동안 라돈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피해보상을 위한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밟을 수 없는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법적구속력이 없는 현행 분쟁조정제도로는 설사 배상판결이 나더라도 대부분의 업체들이 영세한 상황이라 제대로된 합의를 보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대진침대 측이 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들에게 정당한 배상을 할 수 있는 재정능력을 갖추지 못해 조정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정안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을 현행 합의권고금액 200만 원 이상에서 100만 원 이상으로 하향해 법률로 규정한다. 더불어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보호를 강화한다.

◆ 사업자, 불리할 땐 소송으로 조정 중단 악용...법적 차단 근거 마련 절실

지난해 3월 박용진 의원 등 11인은 사업자가 불리할 때에는 소송을 통해 조정을 중단시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금태섭 외.JPG

현행법은 분쟁조정의 효력을 재판상 화해와 동일하게 규정하면서 분쟁조정 중에 일방당사자에 의해 소송 제기되는 경우 분쟁조정절차를 중지하고 소송의 결과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조정결정이 내려질 것이 예상되는 경우 조정안 결정통지 전 단계에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분쟁조정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를 악용해 시간적·경제적 측면에서 취약한 소비자에게 조정 취하를 종용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현행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신설된 조문은 분쟁조정절차와 소송이 경합하는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정이 있을 때까지 소송이 중지될 수 있도록 해 분쟁당사자가 조정과 소송을 병행하는데 따른 노력이나 비용, 시간의 부담을 경감하고,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 “상습적 분쟁 조정 결정 거부...조정 내용 공개로 소비자 보호 유도해야”

이밖에도 상습적 분쟁조정 결정 거부 사례 발생 시 조정내용 공개함으로써 소비자 권익향상을 유도하자는 법안도 계류 중이다.

정재호 외.JPG

지난 2016년 12월 정재호 의원 등 10인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의한 분쟁조정은 사법적 구제 절차 이전에 당사자 간의 분쟁 해결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써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결정을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조정결정을 거부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는 기업이 조정을 거부할 경우 법원으로부터 집행문을 부여받고 지방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하여 자력구제를 받아야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개정안은 상습적으로 분쟁조정결정을 거부하거나 분쟁조정 가액이 소액인 경우에는 조정내용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향상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 강제력 띤 소비자기본법 개정...“소비자 권익 보호 첨병 될 것”

앞서 살펴본 3가지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장치로 기능하리란 전망이다. 소비자기본법은 ‘법적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년간 소비자원의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해 왔지만 국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권고사항에 그치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 전문기관이나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유권해석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간의 견해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 역시 “자동차 업체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자발적인 개선을 기대하긴 힘든 부분이 있다”며 “강제력을 띤 관련 법률의 정비가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나 경제단체들은 분쟁조정제도 강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집단 소송제와 같은 제도가 도입될 경우 소송이 남용되고 기업평판을 ᄄᅠᆯ어뜨려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분쟁조정제도 강화로 불필요한 조정이 남발될 수 있다”며 “특히 집단소송제는 미국에서 활성화 됐는데 성공 보수를 노린 변호사들의 소송 남발로 기업들의 방어비용이 무리하게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