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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③] 헬스장·상조업체 먹튀 막을 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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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③] 헬스장·상조업체 먹튀 막을 규정 시급
  • 송진영 기자 songjy@csnews.co.kr
  • 승인 2018.12.0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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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보호의 토대가 되어야 할 소비자기본법도 해마다 개정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12월 3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가운데 주요 사항에 대해 기대효과와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상조서비스나 헬스장, 골프연습장 등을 포함한 체육시설과 미용실, 피부관리실 등을 포함한 미용시설과 같이 이용료를 미리 받는 업체, 일명 ‘선불식 거래 업체’들이 폐업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업장이 문을 닫아도 소비자 피해구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직장인 김 모(남)씨는 건강을 위해 퇴근 후 3년째 다니고 있는 집 앞 헬스장으로부터 지난 10월 새벽 5시 재정상 이유로 폐업한다는 문자 한통을 받았다. 날벼락 맞은 기분으로 퇴근 후 부랴부랴 헬스장을 찾았으나 김 씨처럼 폐업 문자를 받고 찾아온 몇몇 회원들만 있을 뿐 헬스장은 텅 비어있었다고.

김 씨는 “3년간 이용해온 헬스장인데 새벽에 문자 한통으로 폐업을 일방적으로 알리더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게 정말 기가 찼다. 1년 단위로 회원권을 갱신해왔는데 결제금액 보상은 어떻게 받아야 할지 정말 막막하고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대학생 최 모(여)씨는 미용실 폐업으로 피해를 입었다. 최 모씨는 지난 9월 집을 이사하며 근처 새로운 미용실에서 염색을 했다. 미용실 분위기도 깔끔하고 헤어디자이너도 친절해 30만 원을 선결제해 적립해놓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할 때마다 차감하는 식으로 사용했다. 그러던 중 11월 중순 무렵 미용실 폐업 통보를 문자로 받았다.

최 씨는 “선결제 금액 30만 원에서 아직도 20만 원이 남았는데 폐업이라니 너무 황당하다. 전화했더니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이 관련 소비자 피해 접수 건에 한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일부 조정을 해주고 있지만 분쟁조정제도를 활용해 피해보상을 받고자 하더라도 폐업한 사업자를 분쟁조정 절차에 참여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국소비자원이 사업자에게 보상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구제가 사실상 힘든 실정이다.

◆ 사업자에 폐업 시 피해보상금 지급 준비 의무화시켜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체육시설·상조업체·미용시설 등의 폐업에 따른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는 총 6800여 건인데 실제로 피해구제를 받은 사례는 133건에 그쳤다. 상조업체 폐업으로 인한 피해접수는 무려 4666건이었으며 헬스장은 1517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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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에 사는 채 모(남)씨도 수많은 상조업체 폐업 피해자 중 한명이다. 채 씨는 3년 전 가입한 상조서비스가 최근 만기돼 환급금을 받아 사용하려고 업체에 연락했더니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알고 보니 회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폐업해 사라져버린 것. 채 씨는 “3년간 꼬박꼬박 부은 돈을 제대로 사기 당했다. 상조공제조합에 가입돼 있는 곳이면 비용의 50%는 환급받을 수 있다는데 나머지 50%는 누가 보상해주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정상적으로 영업하던 사업장에서 소비자가 계약 해지 시 발생하는 위약금이나 환불 분쟁은 조정할 수 있지만 계획적으로 도주한 사업자는 사기죄에 해당해 법적 강제력이 없는 소비자원의 분쟁조정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불식 거래 사업자의 폐업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외 10인은 올해 5월 18일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19조의2’를 신설해 업종 및 자본금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자에게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는 등 피해보상금의 지급을 준비하도록 하고, 피해보상금 지급 준비를 하지 아니한 사업자에게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인 소비자의 피해구제를 도모하자는 내용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는 현행제도를 보완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관련 개정안이 통과되면 폐업돼 사업자가 사라져버리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들의 실질적 피해구제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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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2016년~2020년)에서 계류 중인 법안은 회기가 끝나는 2020년 5월 29일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 특정업종에 대한 규제를 일반법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

이번 개정안 발의가 부도·폐업에 대비한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보상장치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취지는 타당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특정업종에 대한 규제를 일반법인 소비자기본법 개정을 통해 시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개별법인 할부거래법에서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상조서비스업자)의 부도·폐업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하여금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을 체결할 것을 이미 의무화하고 있다. 

헬스장과 골프장 등 체육시설에 대한 규제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등의 개별법이 아닌 일반법인 소비자기본법 개정을 통해 피해보상금 지급준비제도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한 입법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체육시설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김정우 의원, 의안번호 11502)’이 발의는 됐지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행보증보험 가입의무는 체육시설업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 사안으로 체육시설에서 선불금을 받은 후 폐업하는 사례 건수, 유형 등 실태조사 선행 후 이행보증보험 가입의무의 법제화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선불식 거래에서 사업자 폐업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소비자피해보상금 지급준비 의무부과 여부·방식은 업종별 특성, 규제의 비용 및 효과 등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어 소비자기본법 보다는 업종별 개별 법령으로 도입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종별 거래 실정, 시장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피해보상금 지급준비 의무 부과 시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시각이다.

◆ 업종 및 규모 관련 구체적인 안 부재...영세업체가 갖는 부담 무시할 수 없어

일부 전문가들은 업종 및 자본금 규모의 차이에 따라 어떻게 소비자 보호 장치를 달리 할 수 있을지와 그에 따라 영세업체가 가지는 부담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예율 김지혜 변호사는 “선불식으로 운영되는 다중이용시설이나 서비스업의 경우 폐업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업자의 보증보험이나 공제조합 가입, 에스크로제 등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다”며 “그러나 헬스장, 미용실과 같은 영세 업체가 갖는 부담, 업종별 성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은 ‘업종 및 자본금 규모 등을 고려하여’ 피해보상금의 지급 준비를 의무화하자는 취지인데 ‘업종 및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없고 영세업체 부담에 대한 대안도 없어 현재로서는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 방안에 관한 논의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선불식 업체 폐업 관련 피해가 굉장히 많은 것에 비해 구제는 아주 미비해 관련 문제는 늘 제기돼 왔다. 피해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하는 것은 분명한데 항상 방법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매출액과 매장규모 등을 파악해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들을 대상으로 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시키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가 관건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영세업체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심각한 규제”라고 지적하며 “기준을 정한다고 해도 그 기준에 대한 업체들 반발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개정안 수용 시에는 피해보상금 지급준비의무 위반 과태료 3000만 원 이하에 대한 벌칙수준 적정성 여부와 관련해 ‘해당 사업·거래에 내포된 피해 발생위험’ 및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상이하게 규정하고 있는 각 개별법 ▲전자상거래법 ▲방문판매법 ▲할부거래법의 규정례를 참조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상조업체 기준을 강화하는 새로운 할부거래법이 시행되는데 상조업체들은 개정법에 맞춰 기존 3억 원이 최소 기준이던 자본금을 15억 원으로 증액해야 한다. 따라서 중소 상조업체의 줄폐업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자 폐업으로 인한 피해에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장치가 무엇인지 신중하고도 재빠른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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