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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들이킨 LG생활건강,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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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들이킨 LG생활건강, 약인가? 독인가?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 승인 2007.10.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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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이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덥석 집어물었다. 콜라(한국코카콜라보틀링)를 들이마신 LG생활건강은 단숨에 롯데칠성에 이어 음료업계 2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LG생활건강은 연말까지 내부 시스템 정비를 거쳐 내년 1월 1일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자회사로 공식 출범시킨다.

화장품ㆍ생활용품에 이어 음료시장의 성공한 ‘넘버 2’가 LG생활건강의 속내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코카콜라보틀링이 LG생활건강에 약(藥)이 될지, 아니면 독(毒)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웰빙시대에 퇴물이라는 콜라가 LG생활건강에 하늘을 비상하는 날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17차’나 ‘옥수수수염차’ 등 혼합차 음료는 웰빙 붐을 등에 업고 대박 행진을 거듭하는 반면, 콜라는 2002년을 정점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실제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콜라 등 주력상품의 부진으로 지난해 매출이 5137억원, 영업손실은 244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여성적인 화장품과 비만의 이미지가 강한 콜라와의 이미지 충돌도 경영진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음료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업체 간 과당 출혈경쟁도 전문가들이 손꼽은 마이너스 요인들이다. 롯데칠성 해태음료 등 기존 음료업체의 ‘LG생활건강 발목 잡기’도 충분히 예상되는 암초다.

 

전문가들은 음료사업에 대한 자신감도 지적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00년 음료사업이 신통치 않자 ‘레모니아’ ‘마이빈’ 등의 브랜드를 CJ제일제당에 매각하고 음료시장에서 철수했었다. 이 같은 음료사업 실패 경험이 자칫 LG생활건강의 자신감 위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콜라사업이 이처럼 부정적인 전망만 깔려 있는 게 아니다. 콜라가 생활문화 전문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LG생활건강에 강력한 날개가 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3853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하며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인수를 승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LG생활건강은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한 직후 ‘콜라 유전자 개량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콜라 중심의 사업을 커피와 생수, 건강식품 등으로 확대해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건강한 체질의 몸짱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커피 냉장주스 해양심층수 등 프리미엄 음료를 미래형 블루오션 상품으로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이를 위해 일본 캔커피 ‘조지아커피’와 이탈리아 프리미엄커피 ‘일리(ILLY)커피’를 들여와 커피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미국의 고기능성 비타민음료인 글라소(GLACEAU) 음료와 제주의 유기농 감귤을 활용한 건강음료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유전자 개량사업을 통해 음료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한 뒤 화장품과 음료를 쌍두마차로 한 생활문화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이다. 한국코카콜라의 막대한 부동산도 LG생활건강이 욕심내는 부문이다.

 

LG생활건강은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인수한 직후 하남물류창고의 부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순식간에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코카콜라는 전국 노른자위에 수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 밖에 5만평 규모에 이르는 코카콜라보틀링 소유의 여주공장도 인근의 개발 붐으로 땅값이 오르고 있어, 앞으로 자산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톡톡 쏘는 암갈색의 콜라가 LG생활건강의 체질 개선에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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