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를 달아 그의 위상을 확인시켜주고, 25평의 의원사무실에 6명의 보좌진을 나라에서 지원한다. 감옥에 가도 확정판결로 자격정지될 때까지 세비를 준다. 이뿐이 아니다. 전화 한 통화면 철도,항공편 예약이 척척 이뤄지고 공짜로 탈 수 있으며, 대부분의 국내 골프장에서는 부킹편의와 함께 ‘회원 대우’로서 10만~15만원의 할인혜택을 준다.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어떤 행사를 가든, 최고 외빈으로 소개되고 장관급 또는 그 이상의 예우를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금배지가 요즘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국정감사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격과 수비로 이어지다보니 처절한 ‘주군 보호전쟁’에 내몰렸다. 몸싸움도 다반사고 식사도 거른 채 상임위 위원장석을 점거한채 농성을 벌이기도 한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후보의 ‘실적과 총선 공천 연계’ 방침에 따라 지역표밭 관리라는 ‘성적표’를 강요받으면서 부담감이 백배 커졌다. 신당 의원들도 이 후보 공세의 선봉에 서면서도 대선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 채 내년 총선후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중립지대 의원들도 대선이 코앞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에만 전념하자니 눈총을 받을 수 있어 부담감의 크기는 마찬가지다.
호주머니 사정도 말이 하니다. ‘클린정치’ 분위기와 함께 돈줄이 막히면서 사재를 털어 전국을 누빈다. “대선을 위해 내 돈 다 쓰니 5개월 후 총선서는 깡통 차겠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지역구 일구기가 버겁고 재공천을 몇 안 되는 희망으로 삼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더 걱정이다. 최근 A의원, B의원 등이 ‘독한’ 국감자료를 내놓으면서 피감기관을 다그치고 있는 것에 대해 “대선후보의 눈에 쏙 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라며 남의 일 같지 않다는 해석을 곁들이는 이도 있다.
국회의원직은 ‘3D직종’이라는 자탄도 나온다.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은 “과거엔 총재 1인에 충성을 다하면 모든 게 다 됐는데, (경선부터 대선 두 달 직전까지)의원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한때 이명박이다 박근혜다, 선택을 강요받았던 의원들이 이번에는 대선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신당 의원들은 더 복잡한 편이다. 정동영호가 출발했지만 늦게 대선체제가 꾸려진 데다 향후 후보 단일화 등 변수가 많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구받게 됐다.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더디면서 ‘내년에 국회의원 실업자가 대거 양산될 것’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에 대한 공포감도 커져만 간다.
지역에 가도 ‘저 사람 내년 4월 총선에 될 수 있을까’라는 눈초리를 받으며 대선후보 ‘수행원’ 수준의 대우를 받기가 일쑤라는 것.
탄핵정국 후 전체의원 299명 중 187명을 신진 세력으로 바꾸며 ‘정치적 혁명’을 일궜다는 자부심과 패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총선을 겁내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2007년 가을 겨울의 선량들…. 예전에 비해 처량한 신세인 것은 분명한 듯하다.
김영상ㆍ최재원 기자(ysk@heraldm.com)